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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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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發 공급망 리셋 '전기차→ESS'로 갈아탄 K-배터리…속도는 '제각각' [소부장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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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엔솔·삼성SDI, 북미 ESS 라인 전환 본격화…SK온은 제한적 대응에 그쳐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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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미국발 공급망 재편이 배터리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중심이던 투자 구조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라인 리밸런싱'에 들어갔다. 다만 각사의 속도와 강도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전용 라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SK온은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의 일부만 ESS용으로 전환하며 제한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의 일부 라인을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전용으로 재편했다.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미 미시간 홀랜드 공장을 LFP 기반 ESS 거점으로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인프라 확산과 전력망 안정화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에서 전기차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해 지난 10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연계형 전력망 등 신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는 삼성SDI가 2025년 이후 북미 내 ESS 모듈 공급을 확대하며 '투트랙 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시험 생산 중이다. 다만 대규모 라인 전환보다는 기존 전기차 라인에서 일부 물량만 ESS용으로 배정한 형태다. 회사는 "순차적으로 라인을 전환할 계획"이라며 "합작공장 전환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라인 리밸런싱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다. 9월부터 차량당 7500달러 수준의 세액공제가 중단되며 북미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다. 중국의 배터리 수출 규제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중국 상무부는 리튬·양극재·음극재를 포함한 주요 소재의 수출 허가제를 시행하며 글로벌 공급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AI, 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잇따라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가 급증하자 배터리 기업들이 ESS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10GW급 AI 데이터센터 한 곳은 원전 10기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배터리 산업의 축이 '소비재'에서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는 것. EV는 경기 민감도가 높지만, ESS는 에너지 전환과 정책 지원에 따라 구조적 성장세가 가능하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ESS 시장이 2024년 6687억달러에서 2034년 5조12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BNEF에 따르면 미국 ESS 누적 설치용량은 2023년 19GW에서 2035년 250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한발 앞서 전력망용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SK온은 전기차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 균형점을 모색하는 단계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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