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행위는 정당하진 않지만, 유죄로 인정할 증거 부족"
'자격 미달' 승무원 76명 채용…"법원도 AI 도입하자" 비판
위기의 법원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청년들의 소중한 취업 기회를 빼앗은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전주지법이 재차 자료를 내고 무죄를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임원진이 사전에 특정 지원자를 점찍는 불공정한 채용 방식에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국민 법 감정을 달래려는 행보로 비친다.
전주지법은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 당일인 지난 5일에 이어 7일에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 판단의 근거를 재차 밝혔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도덕·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사건은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피고인들이 인사담당자에게 구체적인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았고 신규 채용과 관련한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대표이사의 권한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설사 인사담당자들이 임원진의 부당한 지시로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사건 당시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임원진이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의 평가 점수를 조작하라거나 순위 변경을 지시·강요한 사실은 없었다며 무죄 판단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은 인사청탁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이스타항공의 사내 추천제도를 남용했는데 이는 공개채용의 중요 보호 가치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혀 법적 판단과 별개로 당시 실재한 채용 비리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원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법원의 이번 해명이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연일 불거진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를 겪은 청년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공소사실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우리나라에서 법이 의미가 있나', '이게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주소', '법원도 AI 도입하자'라는 자조 섞인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주지법 형사1부는 채용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62)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김유상(58)·최종구(61) 이스타항공 전 대표에게는 각각 무죄와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 등은 2015년 11월∼2019년 3월 이스타항공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한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채용하도록 인사담당자에게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스타항공에서는 어학 성적이 모자라도,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도, 심지어는 시험에 응시하지 않아도 승무원과 부기장으로 채용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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