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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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글로벌에서는 오픈AI ‘챗GPT’를 추격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제미나이는 최근 이미지 생성·합성 기능 ‘나노 바나나’를 탑재하면서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6억5000명을 돌파했지만, 한국에서는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7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제미나이의 지난달 국내 MAU는 6만8023명으로 전월(7만5811명) 대비 10.27% 감소했다. 제미나이의 국내 MAU는 올 1월 7240명에 불과했지만 ▲4월 1만6803명 ▲5월 5만5010명 ▲6월 9만1723명 ▲7월 9만4896명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7월 최고치를 찍은 이후, 8월 8만8715명으로 감소 전환하더니 꾸준히 MAU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챗GPT의 MAU는 1304만8025명으로, 처음으로 1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챗GPT가 국내 생성형 AI 챗봇의 선두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미나이가 약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제미나이의 글로벌 MAU가 6억500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4억5000만명) 대비 2억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MAU가 10억명으로 추산되는 챗GPT와 격차가 있지만, 제미나이는 지난 9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앱 스토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제미나이의 인기에는 지난 8월 도입된 이미지 생성·편집용 AI 모델 ‘나노 바나나’가 불씨를 붙였다. 나노 바나나는 동일한 프롬프트(명령문)를 입력해 생성 이미지를 비교하는 대결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2D 이미지를 3D 형태로 변환하거나 텍스트 없이 이미지 내 객체를 직접 지정해 수정할 수 있는 등 자연스러운 편집 기능이 특징이다. 제품 합성, 화질 업스케일링 등 세부 작업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는 평가다.
제미나이는 이 기능 출시 직후 1300만명의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였고, 사용자들이 업로드한 이미지 수는 5억장에 달했다. 이는 오픈AI가 챗GPT의 ‘지브리 밈(meme)’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사례와 유사하다. 챗GPT는 올 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그려주는 기능을 홍보했는데 소셜미디어(SNS)에서 밈으로 확산하며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지브리 밈’ 이후 챗GPT의 이용자 수가 빠르게 확산했다.
다만 제미나이의 경우 한국에서 ‘제2의 지브리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우선 구글의 나노 바나나가 해외에서는 ‘성능 좋은 AI 이미지’로 통했지만, 한국에서는 ‘지브리 밈’ 만큼의 혁신성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아울러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챗GPT를 통해 충분한 품질과 효용을 경험하고 있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이 출시하는 AI 생태계에 익숙해지는 만큼, 굳이 제미나이로 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지 생성 기술 자체보다 실사용 효용을 우선해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챗GPT가 이미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빅테크가 제공하는 검색·생산성 기반 AI와의 연동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지 모델이 뛰어나도,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워크플로를 굳이 바꿀 만큼의 체감 혁신이 아직 제미나이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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