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좋은 담장, 좋은 이웃'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9월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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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통일과 핵, 동맹에 관한 도전적인 화두를 들고나왔다. ‘좋은 담장 좋은 이웃’이라는 신간을 통해서다. 안보와 통일에 관한 12개 질문을 통해 "대한민국이 어디로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했다. 신간 제목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담장 고치기'에서 따왔다.
첫손으로 꼽을 수 있는 논쟁적 주제는 ‘좋은 이웃’이다. 2023년 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고나온 적대적인 두 국가론과, 이를 받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과 맥락이 닿아 있다. 두 국가론은 통일 지향성과 하나의 국가라는 우리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돼 왔다. 북한은 그간 한반도에 대한 정통성 부각과 심리전 차원에서 남한 정부를 비난해왔던 ‘영구분단 획책’의 실행 주체가 된 상황이다.
좋은 담장 좋은 이웃·송민순 지음·생각의창 발행·460쪽·2만6,000원 |
송 전 장관은 좋은 이웃, 정상적 이웃이라는 개념을 통해 차가운 평화와 뜨거운 평화로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오자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통일을 앞세우는 정책은 오히려 상대의 경계를 불러오고, 외교적 위축을 야기하는 만큼 우선은 선반 위에 올려 두자는 입장이다. 당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통일은 미뤄두자는 현실주의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많은 반론적 주장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반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대변한다. 물론 권력구조나 체제 한계가 분명하고, 핵의 호전성을 노골화하는 북한이 좋은 이웃이 될 여건이나 자질, 준비가 돼 있느냐는 물음표가 찍힌다.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좋은 담장은 남북한 힘의 균형을 의미한다. 관통하는 논리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다. 달리 말하면 외교적 공간 확대일 것이다.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미관계에서의 ‘자립형 동맹’을 요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사안이 미국 핵우산의 내재적 취약성에 기반한 남북의 핵 균형과 전시 작전권 전환이다.
특히 국제 규범 내에서 잠재적 핵 능력을 갖추는 일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가진 독일이나 일본처럼 한국도 핵보유 직전 단계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모든 사정이 달라졌고, 한반도 비핵화는 허상이 됐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제안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나 자신도 모른다"면서 "지금은 물론 먼 미래까지 우리 여건을 생각할 때 최선의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정진황 논설위원실장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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