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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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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1, KT 꺾고 사상 첫 3연패… ‘페이커’ 이상혁, 또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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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커 이상혁, 통산 여섯 번째 롤드컵 우승

    조선일보

    국내 롤 e스포츠의 T1 '페이커' 이상혁(오른쪽)이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5 롤드컵 결승에서 KT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3대2로 KT를 꺾은 T1은 통산 여섯 번째,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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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1이 세계 롤 최대 무대 롤드컵에서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의 e스포츠 팀 T1은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2025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대2로 제압하고 3연패와 함께 통산 여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5대5로 겨루는 온라인 전투 게임 롤의 세계 최강 팀을 가리는 대회로, 20~30대 사이에선 월드컵 축구만큼 인기가 많아 롤드컵이라고 부른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선 그동안 3연패(連霸)는 없었다. T1은 2013년 우승 이후 2015년, 2016년 우승을 이뤄냈다. 잠시 침체기가 있었지만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3년 연속 롤드컵 정상에 오르며 대회 사상 최초의 ‘3연패’ 팀이 됐다.

    그리고 이 우승들의 순간엔 모두 ‘페이커’ 이상혁(29)이 있었다. 이상혁은 개인 통산 여섯 번째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혁은 2013년 17세 나이로 프로게이머계에 도전장을 내민 뒤 바로 롤드컵을 제패했다. 10년이 넘은 지금도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첫 우승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이상혁은 게임 업계에서 ‘e스포츠의 살아 있는 전설’, 세체미(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역체롤(역대 최고 롤 프로게이머), 롤계의 리오넬 메시(또는 마이클 조던) 등으로 불린다. 그가 선택한 게임 닉네임 ‘페이커(Faker)’는 게임 업계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를 상징하는 단어다.

    조선일보

    T1과 KT의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이 청두에서 열리는 가운데 9일 서울 e스포츠 경기장인 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2025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관람회에 대한민국 T1과 KT 팬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대형 모니터에 T1의 페이커 사진이 보여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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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공교롭게도 국내 통신 대기업인 SK텔레콤과 KT가 운영하는 프로 게임단끼리 맞붙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나란히 2012년 창단했다. 팬들은 ‘통신사 더비’라고 부른다.

    1세트 초반 흐름을 내줬던 T1은 중반 전투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리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그러나 2세트에선 T1이 초반 교전부터 밀리면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KT의 창단 첫 롤드컵 결승 첫 세트 승이다. 이어진 3세트에서도 T1은 KT에 내내 끌려갔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T1은 4세트에서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원딜 ‘구마유시’ 이민형(23)이 활약하며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이상혁은 주요 교전마다 결정적인 스킬을 적중시키며 KT의 핵심 딜러 라인을 제압했고, 팀은 이를 발판 삼아 세트를 가져왔다.

    5세트에서도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T1은 오브젝트 싸움에서 연속 승리를 거두며 37분 만에 KT의 넥서스를 파괴하면서 트로피를 가져왔다.

    경기 후 이상혁은 “사실 기록보다는 오늘 경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만족스럽다”며 “좋은 경기를 해준 KT에 감사함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결승 최우수 선수(MVP)는 대회 내내 주요한 순간마다 활약한 이민형이 받았다. 이민형은 “사실 올해는 힘든 한 해였다. 팬들의 응원 없었으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 지인들, 가족들,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T1의 이번 우승은 과정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 팀인 T1은 4번 시드를 배정받았는데 4번 시드는 중국 4번 시드와 5전 3선승제의 단판 경기로 롤드컵 상위 라운드 진출전을 치러야 했다. 여기서 중국의 인빅터스게이밍(IG)과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3대1로 승리하면서 상위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롤드컵 본선에서도 8강에서 중국의 애니원스 레전드(AL), 4강에서 중국의 탑 e스포츠(TES)를 잇달아 꺾으며 다시 한번 팀 특유의 집중력을 입증했다.

    창단 이후 처음 결승에 오른 KT는 조직력과 한타 집중력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KT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팀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통과한 뒤, 8강에서 CFO, 4강에서 LCK 1번 시드 젠지를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특히 미드라이너 ‘비디디’ 곽보성(26)은 개인 최고 전성기를 보이며 팀의 중심 역할을 했다.

    한국 팀 간의 결승이 열린 이번 대회로 한국은 2022년 DRX, 2023년 T1, 2024년 T1에 이어 4년 연속 우승했다. 중국 LPL 리그는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2021년 이후 4년 연속 우승을 내줬다. T1의 3연패로 한국은 2013년부터 이어진 ‘e스포츠 왕국’의 위상을 다시 확인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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