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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KAIST “세포 자율주행 비밀 규명…암 전이 등 치료 전략 단서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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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방향을 정해 움직이는 세포의 이동 원리가 규명됐다. 이는 향후 암 전이와 면역질환의 원인을 찾아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단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석좌교수 연구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이갑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외부의 신호 없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자율주행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아시아경제

    (상단 왼쪽부터) KAIST 허원도 교수, KAIST 이희영 박사후연구원, KAIST 조광현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이갑상 교수, (하단 왼쪽부터) IBS 이상규 박사·LIBD 김동산 박사·휴룩스 서예지 박사.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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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인 'INSPECT(INtracellular Separation of Protein Engineered Condensation Technique)'도 개발했다.

    INSPECT 기술은 단백질이 서로 붙을 때 서로 잘 섞이지 않고 구분된 영역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분리(phase separation)' 현상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세포 안에서 단백질이 실제로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형광 신호로 직접 볼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을 통해 공동연구팀은 단백질 페리틴(ferritin)과 형광단백질 DsRed로 단백질이 서로 결합할 때 작은 방울처럼 뭉친 덩어리인 '응집체(condensate)'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토대로 공동연구팀은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Rho 계열 단백질(Rac1, Cdc42, RhoA)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분석했고 이 결과 단백질이 기존에 알려진 이론대로 단순히 세포의 앞뒤를 나누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세포의 이동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15종의 Rho 단백질과 19종의 결합 단백질을 조합해 총 285쌍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139쌍에서 실제 결합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Cdc42?FMNL 단백질 조합은 세포의 '직진'을, Rac1?ROCK 단백질 조합은 세포의 '방향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회로 역할을 했다.

    공동연구팀은 세포의 방향 조절에 중요한 단백질 Rac1의 일부(37번째 아미노산)를 살짝 바꿔 그 단백질이 '핸들 역할'을 하는 ROCK 단백질과 잘 붙지 못하게 만들었을 때 세포가 방향을 바꾸지 못해 계속 직선으로만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정상 세포에서는 Rac1과 ROCK이 잘 결합해서 세포 앞부분에 '아크 스트레스 섬유(arc stress fiber)'라는 구조가 생기고 이 섬유는 세포가 방향을 바꿀 때 직각에 가까운 방향 전환이 되도록 했다.

    또 세포가 붙어 있는 환경을 변화시킨 실험에서 정상 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졌지만, 핸들이 고장난 세포(Rac1F37W 세포)는 환경변화와 관계없이 속도는 항상 똑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Rac?ROCK 단백질 축이 세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해 적응하는 능력을 세밀하게 조절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이동이 무작위로 이뤄지지 않고 Rho 신호전달 단백질과 세포 이동 관련 단백질의 앙상블이 만들어낸 내재적 프로그램으로 정밀하게 제어되는 것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새롭게 개발한 INSPECT 기술은 세포 내 단백질 상호작용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암 전이와 신경세포 이동 등 다양한 생명현상과 질병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희영 박사·이상규 박사(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서예지 박사(현 ㈜휴룩스 소속)·김동산 박사(현 LIBD 소속)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해 수행했다. 연구 결과(논문)는 지난달 31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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