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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이재명 정부

    이 대통령 "'현수막 정당'도 있다더라... 아무 데나 막 다는 특혜법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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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 조장' 정당 현수막 관련 법안 개정 지시
    법무장관에 혐오 발언 처벌 강화 방안 주문도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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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현재 별다른 제한 없이 걸 수 있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고강도 규제 추진을 지시했다.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이 우후죽순 내걸리며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정당 현수막 규제 완화 법안이 정권 교체 이후 다시 제한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을 만들고 있더라"며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당에서 그런 거라고 철거를 못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최초의 입법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악용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당법상 정당은 1개 동마다 2개씩 현수막을 달 수 있다. 정당만 설립하면 누구나 어떤 내용으로든 현수막 게시가 가능한 현행법이 악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현행법 안에서 정당이라고 해서 현수막을 거의 무제한으로 걸 수 있다"며 "현수막을 걸기 위한 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그게 무슨 종교 단체와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위험도 크고 보기 너무 안 좋다"고도 덧붙였다. 일반 시민들이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에 담긴 혐오 표현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 의식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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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2월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에 정당 현수막들이 난립해 있다. 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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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에 "정당 현수막이 혐오를 유발하고 교육에 역효과가 있다"며 부작용을 거론하자, 이 대통령은 "이걸 허용하는 것을 이제는 안 하는 걸로 바꿔야 할 것 같다"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민주당과의 당정 협의를 지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정당 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하지만 질서와 공익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법(옥외광고물법 또는 정당법) 아래에다 '정상적인 목적과 활동에 위배되는 현수막은 달 수 없다'고 하면 입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상적인 목적이라는)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며 "정당이라고 해서 아무 데나 막 달 수 있게 하는 거 아니냐. 그 법을 없애야 한다. 특혜법"이라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수막은 지정된 게시대 이외 장소에 달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22년 국회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이 거는 현수막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법안 대표발의자는 김민철 민주당 의원이었고,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현수막 공해'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국회는 정당 현수막을 읍면동 별 최대 2개씩만 걸 수 있게 제한하는 법을 2023년 말 통과시켰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게시대 외에 읍면동별로 최대 2개씩 걸 수 있는 현행 조항도 특혜라는 뜻으로 보인다.

    "혐오·차별은 추방해야 할 범죄"... 엄중 처벌 방침


    이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인종, 출신, 국가 등을 두고 시대착오적 차별과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며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은 민주주의와 일상을 위협하는 행위로 추방해야 할 범죄"라며 엄중 처벌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 현수막 외에 고위 공직자나 공공단체장의 혐오 발언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어떤 기관장이 '하얀 얼굴, 까만 얼굴' 이런 얘기를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도 멀쩡히 살아있더라"며 이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도 신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주한 외교사절 행사 뒤 직원들에게 '얼굴이 새까만 사람들만 모였더라'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정 장관에게 "혐오 발언 처벌을 위해 형법을 개정할 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며 "(허위사실이 아닌) 실제 있는 사실에 관해서 얘기한 것은 형사로 처벌할 일이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일인 것 같다"고 지시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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