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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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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완 산재사망’ 수사 1년 넘게 지지부진…“노동부의 기업 편들기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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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지난해 11월8일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한 강태완씨 어머니와 노동단체가 11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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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리에 한 번 섰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여기에 또 서 있네요. 힘들어요. 그래도 엄마로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26년을 이주배경 아동으로 살다 지난해 11월8일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한 강태완(몽골명 타이완·한겨레 연재 ‘호준과 호이준 사이에서’ 주인공)씨 어머니는 11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태완씨 어머니 이은혜(엥흐자르갈·63)씨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노동단체와 함께 중대채해처벌법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손에는 1년 전에도, 그리고 이날에도 여전히 아들의 영정이 들려있었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어머니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는 지금까지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수사가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겠다는 대답도 들었다”면서 “시간 끌기를 하면서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강태완의 사망사고는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면서 “긴급정지 기능이 장착되지 않은 개발 단계 장비를 시험하도록 하면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공간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중대재해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노동당국은 지지부진한 수사로 시간끌기를 하며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방안에만 몰두해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이 아무리 동분서주한들 현장의 근로감독관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산재예방은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지난해 11월8일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한 강태완씨 어머니와 노동단체가 11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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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완씨 어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완이는 죽었지만, 다시는 누구에게라도 태완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고,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어머니는 박영민 노무사와 함께 전주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를 찾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태완씨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과 수사과장 모두 출장을 이유로 자리에 없어서다.



    박영민 노무사는 “중대재해 발생부터 기소까지 평균 1년 반이 걸린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은 사고 원인이 분명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 명백함에도 조사 결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주지청은 수사 지연으로 스스로가 증거를 훼손하고 멸실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명이 달린 문제 앞에서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책임 방기고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전주지청 관계자는 “사건 처리에 평균적으로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한 것 같다. 사건 송치를 위해 검찰과 의견을 맞추고 있는 단계”라며 “속도가 다소 느리다고 볼 수 있지만 사건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의 전반적인 체계를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중이다”고 했다.



    한겨레

    강태완씨 어머니는 박영민 노무사와 함께 전주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를 찾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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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완씨는 지난해 11월 8일 전북 김제의 특장차 생산업체 에이치알이앤아이(HR E&I·현재 ‘호룡’)에서 건설 장비를 옮기다가 고소 작업대와 장비 사이에 몸이 끼어 숨졌다. 5살 때 어머니와 함께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그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아 연구원 직책으로 이 업체에 취업했으나, 출근한 지 8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태완씨 죽음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수사해온 경찰은 사망 8개월 만인 지난 7월 부서 책임자들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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