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팩트시트', 문안 조율로 지연
'필리'서 한미 공동건조 주장 나오지만
'비싼 장비 맞춤형 사업' 전락할 수도
"국내 건조하되, 미 현지 장기 협력 모색해야"
11일 정부 당국자는 “대한민국은 미국에서 원잠을 구매하는 호주처럼 잠수함 건조 기반이 없는 나라가 아니다”면서 “한국의 원잠 확보는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자주국방과 산업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논의처럼 원잠 도입 자체만을 위한 것이라면, 미국의 원잠 인프라에 투자해 미국산 원잠을 구입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만, 이게 핵심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 이미 3000톤급 이상 중대형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할 수 있는 10번째 국가 반열에 올랐다. 잠수함 모듈화 설계와 블록 생산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저소음 기술력과 전투체계 통합 능력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이와 병행해 ADD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원잠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 왔고, 방위사업청은 한국형잠수함사업단 내에 전담 조직을 통해 사업을 관리해 왔다. 지난 2019년 해군은 원잠 확보를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운용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ADD 주관의 한국형 원잠 개발 사업은 지난 2022년 말께 국내 한 조선소와 개념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 됐다.
현재 원잠 프로젝트는 기본설계 마무리 단계로 알려져 있다. 원잠 사용 전력과 유사한 100MW급 일체형 소형원자로 개발에도 성공했다. 핵 연료 공급 여부만 결정되면 당장 내년이라도 상세설계 및 건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다. 미 상무장관 등은 미국 내 건조를 고집하고, 국무부·에너지부는 핵비확산 원칙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선박은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5척 중 3호선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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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조선소는 우리 기업(한화) 소유지만 잠수함 건조시설과 핵연료 관련 설비가 없다. 원잠을 건조하려면 선체·원자로 모듈 제작라인, 방사선 차폐, 보안시설 구축, 환경평가 및 지역 수용 절차가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에만 최대 10년 이상,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소 증설 계획과 ‘마스가’ 재원 투자 등이 거론되지만, 잠수함 건조의 핵심은 인력과 공급망이다. 미국의 조선 인프라가 붕괴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 인력과 공급망을 투입해야 하는데, 국내 산업 및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우리 군이 요구하는 한국형 원잠은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5000톤급 방어형 잠수함이다. 반면 미국 원잠은 핵무기(SLBM)를 싣고 전 세계에서 작전하는 고농축 우라늄 기반 공격형 대형 잠수함이다. 우리 원잠을 미국 기반으로 개발할 경우 설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국 해군의 작전개념과 맞지 않는데도 미국산 모델을 변형하려는 시도는 ‘비싼 장비 맞춤형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버지니아급은 척당 5조 원 이상, 한국형 원잠은 약 3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트랙 접근을 제시한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원잠은 국내 건조를 원칙으로 하되, 미국은 필리조선소를 자국 원잠 부품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한미 조선협의체를 제도화해 원잠뿐 아니라 원자로 선박·쇄빙선 등 미래형 기술협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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