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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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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해 넘긴다…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 3번째 미뤄진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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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구글에 내년 2월 5일까지 서류 보완 요구

    "한미 통상 문제로 차선책 택한 듯…구글에 기회"

    애플 심사도 12월 8일까지…"협의체 급 격상해야"

    [이데일리 이소현 이다원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나라 밖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대한 결정을 또 미뤘다. 이미 두 차례 유보 결정을 내려 이번엔 가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구글에 보완 서류 제출을 요구해 9개월간 이어진 정부의 장고는 해를 넘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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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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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에 서류 보완 요청…내년 2월 5일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1일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요청한 1대 5000 고정밀지도 반출 여부를 논의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협의체는 국토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산업통상·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 및 민간위원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이날 국토부가 구글에 내년 2월 5일까지 60일 내 보완 신청서 제출을 요구하라고 의결했다. 보완 신청서 제출까지 심의는 보류된다.

    협의체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보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 등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관련 내용을 포함한 보완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구글의 대외적 의사 표명과 신청 서류 간 불일치로 정확한 심사가 어려워 60일간 서류 보완 기간을 주도록 한 것이다. 협의체는 구글이 보완 서류를 내면 다시 회의를 열어 고정밀지도 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서류 미비’ 구글에 기회…“법적 심사 기한 넘기지 않아”

    이로써 1대 5000 축적 고정밀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놓고 미국 기업 구글과 한국 정부의 줄다리기는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심사규정에 따르면 협의체 승인 아래 1회에 한해 60일 연장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지도 반출을 신청했고, 협의체는 지난 5월 1차 연장했다. 지난 8월 2차 회의에서는 구글 요청으로 민원처리법에 따라 판단 기한을 추가로 60일 연장했다. 이날까지 포함하면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은 세 차례 연기한 셈이다.

    이에 서류 미비에도 구글에 기회를 준 것이라는 지적에 정부는 법적 심사 기한을 넘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법적 연장이 아닌 정확한 심의를 위한 서류 보완 요청으로, 보완 기간(60일)은 처리 기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간 관세·안보 분야 협상의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가 발표되지 않아 최종 결정이 미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미 관세 협상 국면에서 미국 정부는 이른바 ‘디지털 장벽’을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여러 차례 지목했다.

    공간정보학회장인 안종욱 안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차선책으로 보인다”며 “아직 한미 통상 관련 부분들이 매끄럽게 안 끝났기에 정부는 최종 결정에 시간을 더 번 것이고, 구글도 기회를 받게 된 셈”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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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5대 쟁점(표=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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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벌써 3번째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는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벌써 3번째다. 앞서 불허 결정 당시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특성에서 안보 문제는 반출 반대의 핵심 요소였다. 땅의 기복이나 모양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나타내고 있어 구글 위성사진을 결합했을 경우 주요 시설에 대해 타격 정밀도가 높아져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글이 요구하는 고정밀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로 줄여 표현한 지형도로 우리나라처럼 전 국토 차원에서 구축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구글의 본국인 미국조차도 정부 차원에서 구축한 가장 상세한 지도가 1:2만4000 수준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사우디아리비아 등은 안보를 이유로 아예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조단위가 투입된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고정밀지도를 왜 구글에 제공해야 하는지 설득할만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구글은 2023년 기준 매출 12조원, 관련 법인세만 51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나, 실제 납부세액은 155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안보시설 가림 처리 △좌표 노출 금지 △국내 데이터 센터 설립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구글은 안보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에 대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국내 데이터 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고정밀지도는 단순 종이 지도가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로 디지터트윈,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미래 4차 산업 생태계가 달린 문제”이라며 “반출 여부에 있어 핵심은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통해 지적재산권 통제, 보안에 관한 요청 및 관리도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심사도 12월 8일…협의체 격상해야

    지도 반출 재신청 횟수나 시기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정부는 구글뿐 아니라 애플이 요청한 고정밀지도 반출 심사도 오는 12월 8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논의가 반복되는만큼 이를 결정하는 협의체 구성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둬서 협의체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도 “미국에선 대통령 직속 산하기관에서 공간정보 반출을 결정한다”며 “우리도 관련 의사결정을 국가위원회격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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