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최선을 다했다" 뻣뻣한 의사 VS "소송 걸게요" 울분의 환자…의료사고 해법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울분을 유발하는 말들./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의 논의가 환자와 보호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피해자와 유가족의 울분이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더욱 악화하는 만큼 의료진과 소통 강화 등 '사법 리스크'를 사전에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수진·김남희·김윤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가 주관한 '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와 형사고소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직접 수행한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의 울분과 사회적 고통'이란 연구를 통해 유가족의 입장에서 의료사고의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의료사고와 같이) 사전 징후가 없고 예방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외상적 죽음'은 유가족에게 일반적 사별과 비교할 수 없이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소송의 과정에서 상실의 고통이 완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의료사고 피해자의 울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실제 유 교수가 연구에서 의료사고로 자녀를 잃고 소송을 경험한 부모 7명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죄책감, 분노, 그리움 등을 경험했고 시간이 지나도 울분이 해소되지 않았다. 병원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조직적으로 의사를 보호한다는 느낌을 받고, 비전문가로 소송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사회에 대한 반감마저 커졌다.

    유명순 교수는 "유가족이 고통에서만 살 수 없어 소송이라는 법 제도를 선택하지만 이것이 외상후울분장애(PTED)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인 고통을 야기한다"며 △의료진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위로 △납득할만한 설명 △유가족의 감정 회복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변호사로 활동했던 백경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뢰와 회복을 위한 의료분쟁 종식 방안의 모색'이란 제하의 발표에서 의사와 환자 간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환자의 자기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의료분쟁 조정·중재에 일부 보상을 받는 비율은 50~60% 수준이다. 형사소송은 민사보다 환자 승소 비율이 훨씬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백 교수는 "법리상 의료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 달리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 해도 상해·사망 등과 인과관계가 훨씬 명확해야 한다"며 "민사는 승소해도 형사는 질 수 있다. 별도 집계하지는 않지만 형사 승소율이 압도적으로 낮을 것"이라 말했다.

    머니투데이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와 형사고소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소송 과정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소환 조사를 받고 과거를 추적·반추하는 과정에 경제적·심리적·시간적 부담이 따른다. 백 교수가 '공유의사결정'을 강조한 배경이다.

    백경희 교수는 "그동안의 판례를 보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숙고의 시간을 충분히 주고, 수술동의서 등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졌다"면서 "환자 역시 자신의 병력, 증상, 특이체질 등을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고지하고 지시에 협력하는 '진료협력'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백 교수는 "의료진은 의학적 근거와 전문성으로 충분한 설명을 진행하고, 환자는 가치관과 선호에 따라 치료를 선택하고 참여하는 '공유의사결정'이 소통 부재로 인한 의료 과오 소송의 비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대한 과실 여부를 판단해 형사 책임의 환자·의료진의 '수사 리스크'를 해소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머니투데이

    지난 8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제26회 환자 샤우팅 카페' 현장에서 류선씨가 딸 김주희양이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며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홍효진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사고로 11개월째 식물인간 상태인 17세 김주희양의 어머니 류선씨가 마이크를 들었다. 류씨는 "무엇이 문제냐는 물음에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다'는 한 마디로 아이의 삶과 미래를 잃었다"며 "병원은 '판결이 나야 책임진다'고 하고 국가는 '제도가 없어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안기종 환연 대표는 "의료사고 해결의 시작은 소통과 신뢰 회복"이라며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의료진이 사과·유감·위로 표시를 하는 것에 증거 능력을 배제하고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는 등 입법 활동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의사인 양문술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장은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선한 의도를 고려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형사 고소가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다만) 사법 처리만을 강조한다면 이대목동병원 사례처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심해질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해도 예측 불가능한 사고인지 의사 스스로 과실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사·기소 과정에 유족과 피해자처럼 (의료진도)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 사과의 표명이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비춰지진 않을까도 걱정한다"라며 "그럼에도 피해자 등의 울분을 돌이켜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공정한 사실 확인 등 제도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고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전문성 있는 감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나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