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기후·재난·감염병·고령화…보험, 복합 리스크 대비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안철경 보험연구원장②

    보험금 청구 집중, 장기돌봄 지출 맞춤 설계를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앞으로 보험업은 복합 리스크에 대응해야 합니다. 기후·재난과 신종감염병으로 보험금 청구가 집중되고 고령화로 장기 돌봄 지출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물가·금리·환율·신용스프레드·주식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보험연구원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앞으로 10년간 보험업 환경 변화와 대응 과제를 이같이 설명했다. 37년간 보험 전문가로 활동하며 쌓아온 보험 정책 연구 성과와 제도화 과정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한 혜안으로 이는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분석이기도 하다.

    그가 첫 번째로 제시한 미래 보험 리스크는 보험금 청구가 집중되는 ‘동시성’이다. 안 원장은 “권역 간 동시 피해와 동일 유역 내 동시 피해가 늘어나면서 보험금 청구가 같은 시기에 집중될 수 있다”며 “기후환경 변화, 자연재해,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을 현존하는 거대 위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물 부족과 정전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 타격도 사례로 꼽았다.

    안 원장은 동시성의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재보험의 요율과 한도가 재조정되고 재난채권의 스프레드가 급변하면 특정 종목과 지역, 고객군의 위험인수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며 “보험료와 보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입자의 자기 부담을 보험사, 재보험사, 정부가 함께 나누는 손실 계층화를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강조했다. 안 원장은 “보험의 가치를 실현하려면 장기간 비용이 발생하는 위험에는 월 단위 지급을 기본 도구로 삼아야 한다”며 “위험의 성격에 맞춘 보험 설계가 가능하고 형평을 기준으로 포용성을 유지해야 다가올 10년을 버틸 수 있다. 이것이 보험업이 사회에 약속할 길이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는 보장성·투자성·서비스성을 조화롭게 결합한 복합형 상품 개발과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산하는 전략을 주문했다. 안 원장은 “일정 수준의 사망·질병 보장을 제공하면서 적립금 일부를 연금 형태로 전환하거나 고객의 생애주기별로 소득 보장과 자산운용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보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DT) 가속화에 대해선 보험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 원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신뢰와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술 기반 사회에서 보험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그 위에 세워지는 안전망이 돼야 한다. 설계 방식에 따라 보험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AI) 발전은 보험 인수심사(언더라이팅)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판단을 객관화할 것이다”며 “개인정보 보호나 시스템 오류 등은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보험의 새로운 영역이기도 하다. 단순한 위험 보장을 넘어 사회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원장은 DT 전환 추세 속 과제와 방향도 제시했다. “딥페이크 등 신종 사기는 본인 확인과 문서의 진위 검증을 어렵게 만들어 보험금 지급 단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하지 못하면 ‘지금 저장한 데이터가 나중에 해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보험 유지율과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신종 위험은 손실 예측이 어려워 전통적 방식으로는 정확한 보험료 산정이 불가능하지만,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과 외부 데이터 연계를 통해 위험 측정 모형의 정밀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