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닷새 만에 사의… 검찰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요구’… 법무부 ‘외압 논란’ 불씨 여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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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 대행이 계속해서 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검찰은 우선 검찰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부장검사(검사장) 중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대행 업무를 이어받게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 수사팀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항소장 제출을 막아섰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이 일자, 노 대행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 검사장과의 협의 아래 항소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 검사장은 중앙지검은 끝까지 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검찰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일선 검사장들은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직무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며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문을 냈다.
일선 지청장들은 "수년에 걸쳐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돼 온 중대 부패범죄 사건에서, 직접 공소 유지를 담당해 온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합리적 설명 없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경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며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행의 리더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것은 평검사들로 이뤄진 대검 연구관들이 노 대행을 직접 찾아가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면서다. 간부급이 아닌 평검사들이 의견을 모아 검찰총장 대행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 대행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경위 설명과 사의 표명을 요구하는 대검 간부들과 연구관들에게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항소 포기 요구를) 따라야 했다"며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법무부 차원의 항소 포기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와 관련해 대검에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언급한 것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중앙지검과 대검 지휘부의 판단에 법무부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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