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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105세 김형석, 세계 최고령 저자 ‘셀프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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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9월 기네스 최고령 저자 등재… 이번엔 신간 ‘백년의 유산’ 펴내

    “사람은 이젠 늙었다 생각할때 늙어

    어떤 인생 살지 젊을때 꼭 그려봐야

    그게 없으면 평생 자기 인생 못살아”

    동아일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세계 최고령 저자’ 기네스북 증서 옆에 서 있다. 그는 지금도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는 105세 ‘현역’이다. 김 교수는 “지금이 제일 좋은 나이”라며 “늙었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고 웃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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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사람이 ‘언제 늙는고’ 하니 ‘이젠 늙었다’ 생각할 때 늙어요.”

    1920년 4월 23일생. 올해 105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21세기북스·사진)을 펴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도 내 정신이 늙었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사람들과 이렇게 ‘대화’하면 공감대가 생기지 않느냐”고 했다. 여전히 정정한 김 교수는 간담회 뒤엔 동아일보와 따로 만나 추가 인터뷰에도 응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인문서 ‘김형석, 백 년의 지혜’(21세기북스)를 펴낸 뒤 같은 해 9월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신간은 자기 기록을 경신한 셈. 그는 “(앞으로) 나보다 나이 많은 저자가 나올 테니 큰 관심은 없다”면서도 “한두 권쯤 더 쓰면 그땐 (기록 깰 이가) 잘 없으려나”라며 여유롭게 웃었다.

    이번 신간은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김형석 칼럼’ 등을 포함해 그가 평생 품어온 사랑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김 교수는 “인생이란 사랑의 나무를 키우는 것”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제자들, 가난한 이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뭔가 주고 싶어 했던 게 지금에 이르렀다. 이렇게 살았더니 후회는 좀 적다”고 했다.

    1945년 광복 당시 스물다섯이던 김 교수는 사상의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어 내려왔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자유가 결핍된 시대를 체험한 이의 주체적 인간관이 묻어났다.

    “내 인생의 4분의 1을 일제강점기에 살며 ‘내 나라에 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공산 국가는 내 나라가 아닐뿐더러, 나라다운 나라도 아니었어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일제 강점기도 개인이 자기 사상을 갖고 살 수는 있었어요. 공산주의 세계에선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2년 뒤 38선을 넘어와 오늘이 된 겁니다.”

    김 교수는 청년들에게도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길 당부했다. 그는 “30대 전후까지 ‘60∼70대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자화상을 그려봐야 한다”며 “그게 없으면 평생 내 인생을 살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인문학에선 하나의 물음에 하나의 답만 있는 게 아니다”며 “인문학도들도 AI 시대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세 가지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첫째,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합니다. 둘째, 양심에 비춰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합니다. 셋째, 인간이 주인이란 생각을 버리면 안 됩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어떤 시대라도 괜찮을 거예요.”

    김 교수는 오랫동안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다. 이날 역시 인촌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내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인간은 인격만큼 존경을 받습니다. 인촌 선생은 제가 만나본 사람 가운데 인격적으로 가장 훌륭한 분이었어요. 그분을 보면서 인격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만큼 높은 봉우리엔 오를 순 없겠구나 싶었죠.”

    인터뷰와 간담회 내내 김 교수는 또렷하게 달변을 이어갔다. 이리도 맑은 정신으로 장수하는 비결이 있을까.

    “정서적 건강이 중요해요. 백 살이 됐을 때 같이 백 살 된 친구를 세어보니 7명이었어요.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남 욕하지 않습니다. 둘째, 화내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노하우는, 실력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를 만나 시키는 대로 하는 겁니다, 하하.”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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