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전지는 불이 나지 않는 안전한 배터리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적고 수명이 길다. 특히 '황화물계 전해질'은 이온전도도가 높고 전극과의 접착력이 우수해 전고체전지의 유망한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이 전해질은 공기 중 극소량의 수분에도 쉽게 반응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황화수소(H₂S)와 일산화탄소(CO) 같은 독성 가스가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왼쪽부터)이상민 교수, 조창신 교수, 고수민·정혜빈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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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황화물계 전해질 일종인 'LPSCl'에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PBA)'를 첨가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PBA는 내부에 물과 기체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수분에 의한 손상을 막을 뿐 아니라 이미 열화된 전해질의 성능을 회복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망간(Mn) 기반 PBA를 황화물계 전해질인 LPSCl과 혼합해 복합 전해질(MPB-LPSCl)을 제작했다. 실험 결과, PBA를 4% 정도 첨가한 전해질은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이온전도도를 유지하면서 수분에 노출됐을 때 황화수소 발생량이 1/4, 일산화탄소는 1/10 수준으로 줄었다.
또 500회의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85.4%를 유지하는 등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였다. 이는 동일한 노출 조건에서 기존 LPSCl이 100 사이클 이후 79.3%에 그친 것과 비교해 현저히 개선된 결과다.
더 주목할 점은, 이미 수분에 노출되어 손상된 전해질도 단순히 PBA를 섞는 것만으로 복구되었다는 사실이다. 5%의 상대습도 환경에서 6시간 노출된 LPSCl은 10사이클 후 급격히 용량이 감소했지만, MPB를 혼합한 경우 500사이클 동안 99.9%의 쿨롱 효율과 95.2%의 용량 유지율을 기록했다.
대기 노출에 따른 MPB-LPSCl 소재와 LSPCl 소재의 열화 거동 비교. MPB의 수분·가스 흡수 능력에 기반한 수분 안정성 향상 및 성능 회복 효과를 나타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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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신 교수는 “PBA는 단순한 보호제를 넘어, 손상된 전해질을 되살리는 새로운 역할을 한다”라며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상민 교수는 “이번 기술은 습도에 민감한 황화물계 소재의 생산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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