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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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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톡톡] 테슬라·구글도 ‘AI 칩 주권’ 경쟁 가세… 엔비디아 ‘의존’ 탈피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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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각)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반도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밝혔습니다. 기존에 대만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삼성전자를 주요 파운드리 파트너로 포함시키고, 인텔과의 협업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자체 생산시설 구축까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기업이 반도체 제조에 뛰어드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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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현지시각) 테슬라 주총서 발언하는 일론 머스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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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가 개발 중인 ‘AI5’ 칩은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의 두뇌 역할을 맡을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입니다. 최대 2500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1초당 1조 회 연산) 성능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내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가 2027년 본격 대량 생산이 예정돼 있습니다. 머스크는 “AI5 칩은 기본적으로 네 곳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TSMC의 대만·텍사스·애리조나 공장을 지목했습니다. 2028년에는 차세대 ‘AI6’ 칩 양산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외부 파트너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충분한 칩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의 문제”라며 “TSMC와 삼성은 훌륭한 파트너지만, 공급사들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생산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테슬라가 직접 ‘테라팹(Tera Fab)’을 건설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직접 하는 완전 내재화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테슬라뿐 아니라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하나둘씩 ‘AI 칩 자력화’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자체 칩 ‘트레이니엄(Trainium)’과 ‘인퍼렌시아(Inferentia)’를 통해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AI 학습·추론을 처리하고 있으며, 구글은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아(Maia)’, 메타는 ‘MTIA’를 직접 개발해 운영 중입니다. 오픈AI 역시 브로드컴과 손잡고 ‘ChatGPT 전용 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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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MC 로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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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테크들이 AI칩 자립에 나서는 것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이 대만에 집중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큽니다. 동시에 TSMC나 엔비디아 입장에서 테슬라 등은 ‘후순위 고객’에 가깝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부족할 때마다 제품 출하가 지연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여기에 칩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AI 서비스 전체를 지배하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모델 학습부터 서비스 배포까지 완전한 효율화를 이루려면 칩 설계와 데이터 인프라를 한데 묶는 통합 체계가 필요합니다.

    엔비디아의 독점 구조가 당장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들이 잇따라 칩을 직접 설계하고 일부 생산까지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산업 지형 변화를 예고합니다. AI 칩 산업은 “누가 더 많이 사느냐”에서 “누가 직접 만들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파운드리 파트너로 합류한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전략입니다.

    다만 반도체 제조는 막대한 투자와 기술력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과 생산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수는 있어도 단기간에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를 비롯한 빅테크들의 AI 칩 자립화가 공급망 다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과잉 투자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년이 판가름할 전망입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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