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유리창을 통해 거리에서도 전시를 볼 수 있다. [사진 까르띠에, ⓒCyril Marcilhac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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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팔레 루아얄 광장 2번지. 루브르 박물관과 장식미술관, 그랑 팔레로 이어지며 ‘파리 문화예술의 중심축’이라 불리는 이곳에 지난달 25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이 재개관했다. 1984년 파리 교외인 주이 앙 조자에 설립된 뒤, 41년 만에 파리 중심부로 입성한 것. 이를 이끈 크리스 더컨(67·아래 사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총괄대표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재개관은 예술과 도시가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프랑스 최초로 상업 브랜드가 설립한 예술 후원 문화재단이다. 설립 당시 까르띠에 메종 회장이던 알랭 도미니크 페랭은 “예술은 브랜드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예술 후원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했다. 더컨 대표 역시 브랜드의 후광보다 공공성을 증명하는 것을 재개관의 핵심으로 꼽았다. “재단은 예술가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기에 설립자의 초상화를 그리는 사립 미술관이 아니라, 예술가와 대중의 만남을 지원하는 공공적 제도에 가깝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재단의 정체성을 ‘대화·개방·실험’으로 정의했다.
크리스 더컨. [사진 까르띠에, ⓒThibaut-Vois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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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컨 대표는 재단 건물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 건축이자 전시라는 행위 자체를 환기한다는 의미였다. 프로젝트를 맡은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장 누벨은 19세기 오스만 양식의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를 완전히 바꿨다. 건물 중앙을 비우고 다섯 개의 강철 플랫폼을 수평으로 배치, 전시의 높이와 깊이를 가변화했다. 또 유리 지붕과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정면 외벽) 개폐로 도시의 빛을 불러들였고, 대형 유리창을 통해 거리에서도 건물 내부의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 더컨 대표는 “건물에서 도시의 움직임과 빛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면서 “관람을 위해 설계된 ‘관람 기계’”라고 정의했다.
개관 기념전인 ‘상설 전시(Exposition Generale)’는 19세기 루브르 백화점에서 열린 전시를 모티브로 했다. 당시 예술과 기술·산업을 함께 다룬 ‘현대의 살롱(Salon de la modernite)’에서 따 왔다.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탐구한 ‘임시 건축 연구소’, 생태계와 예술의 관계를 다룬 ‘생태계 보존에 대한 고찰’, 공예와 디자인이 담긴 ‘물질과 기술을 위한 실험 공간’, 과학과 우주를 다루는 ‘미래지향적 이야기의 탐구’ 등을 주제로, 작가 100여 명 작품 600여 점을 전시한다.
중국 작가 차이궈창(蔡國强)의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 [사진 까르띠에, ⓒCyril Marcilhac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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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컨 대표는 이 전시의 취지를 ‘예술의 미래’로 확장했다. “40여 년 재단 역사의 집약이자 앞으로 어떤 예술이 태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의 장”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무엇이 예술인가’가 아니라 ‘언제 예술이 되는가’를 묻는다”면서 “건축과 디자인, 과학과 기술이 교차하는 그 순간 예술의 새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올해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론 뮤익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그는 서울을 ‘예술과 도시가 가장 생생하게 만나는 장소’로 꼽으며 “스스로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힘이 바로 예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더컨 대표는 런던 테이트모던 디렉터, 프랑스 국립 박물관 연합-파리 그랑 팔레 회장 등을 거쳐 2023년부터 재단을 맡고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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