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제일시장에서 트럭이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사진 부천소방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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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부천의 한 시장에서 1t 트럭이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장 상인인 60대 남성 운전자는 사고 직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운전자가 당시 혼동해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5분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소재 부천제일시장에서 김모(67)씨가 운전하는 파란색 1t 트럭이 급가속해 약 150m 시장거리를 돌진했다. 인근 CCTV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씨는 자신의 트럭에서 수산물을 내린 뒤 다시 차에 탔다. 그는 트럭을 가게 뒤편 공터에 주차하기 위해 천천히 후진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28m정도 뒤로 가던 트럭이 갑자기 전방으로 내달렸다. 순간 온갖 물건이 길거리에 쏟아지고, 미처 피하지 못한 일부 시민이 쓰러졌다. 일부는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 화를 피했다.
사고 발생 3분 뒤인 오전 10시58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인력 60명을 투입해 응급처치를 진행했다. 부상자들은 순차적으로 순천향대병원 등 인근 의료기관으로 각각 옮겨졌다. 이 사고로 21명이 다쳤고, 이 중 심정지 상태의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졌다. 사망자 중 1명은 중국 국적의 60대, 다른 이는 70대 내국인으로 나타났다. 또 사상자 대부분은 시장 방문객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엔 과일, 상자, 유리 조각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씨 가게와 가까운 방앗간 사장 이모(60대)씨는 “차가 번개같이 내 앞을 지나갔다”며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곳인데, 차가 순식간에 빠르게 돌진하니 사람들이 피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모(64)씨는 “트럭 운전자가 ‘브레이크고 뭐고 말이 안 들어서 얼이 나갔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을 보던 공모(89)씨는 “남편이 잠시 다른 가게에 들어간 찰나에 사고가 났다”며 “만약 그 순간에 남편이 가게 밖에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트럭 운전자 김씨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아내는 “물건을 다 내리고 후진해서 뒤로 빼려고 했다가 갑자기 차가 확 (앞으로) 나갔다”며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다. 김씨의 동생도 “형이 엄청 당황해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차를) 멈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김씨가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어 2~3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평소 운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를 긴급 체포해 소변검사 등을 한 결과, 김씨가 사고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김씨가 당시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CTV상 차량 브레이크 제동 등에 불이 켜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다. 경찰 관계자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스키드마크’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동차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혁·임성빈·김창용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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