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검사 공판 참여에 "왜 못 이행하나"
일각 "외압에 盧 명확 입장 어려웠을 것"
14일 퇴임식… '항소 포기' 입장 표명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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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법무부에서 질책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1호 지시가 '직관(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에 참여) 제한'이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성남FC 사건을 콕 집어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면, 사실상 특정 사건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노 대행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여파로 사의를 표명한 직후 "정권과 많이 부대꼈다"면서 다른 사건과 관련해서도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 대행은 8월 26일 성남FC 사건 공판 이후 법무부에서 직접 항의 전화를 받았다. '직관 제한을 지시한 게 언제인데 아직 지켜지지 않느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정 장관은 7월 2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대리 신분으로 다른 검찰청 사건 공소유지에 관여해 왔던 검사들에 대한 원대복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8월 1일엔 공소유지를 위해 장기간 직무대리 중인 검사의 소속 검찰청 복귀 및 1일 직무대리 원칙적 제한을 지시했다.
성남FC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 성남FC를 후원한 기업들 관련 사건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배당돼 있다. 성남지원 재판부는 지난해 직무대리 파견 형식 등을 문제 삼으며 장기간 직관을 이어온 정승원 검사에 대해 퇴정 명령을 했다. 이례적인 조치에 검찰은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원 소송절차에 검찰이 항고로 불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장관은 취임 직후 '직관 제한 검토' 지시를 하면서 "최근 법원 심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타청 소속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을 통한 공소 관여"를 언급했는데, 성남FC 사건을 지칭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법무부가 노 대행을 질책한 것은 정 장관 지시 이후인 7월 22일 및 8월 26일 공판에도 다른 검찰청에 소속된 수사 검사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성남FC 사건 수사·공판팀은 해당 사건 수사 및 공판이 장기간 진행됐고 쟁점이 복잡해 직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검 지휘부는 주요 사건들에 대해선 정 장관 지시와 일선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한적으로 파견 방식의 직관을 허용해 왔다.
노 대행은 당시 법무부에서 '합리적 검찰개혁을 위해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데, 검찰이 이런 지시 하나 이행을 못하느냐'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주변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9월 국민참여재판에서 수사검사가 공판에 참여할 수 없도록 예규를 손봤다. 이를 둘러싸고 일선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노 대행은 성남FC 사건 직관과 관련한 갈등을 언급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법무부의 질책 이후 성남지원의 성남FC 사건 공판에서 수사검사는 빠졌다.
일각에선 노 대행이 이재명 정부에서 명확한 입장을 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윤석열 정부 당시 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및 공소유지에 검찰 인력이 광범위하게 투입되면서 일선 업무에 무리가 생겼고 정치 중립 논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현 정권 입맛에 맞춰 수사·공판 검사들의 뜻을 꺾을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다는 점도 지휘부의 운신 폭을 좁혔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노 대행은 14일 오전 10시 30분 대검 본관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갖는다. 노 대행은 퇴임식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자세한 입장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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