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개입에 장중 10원 넘게 하락
전날 환율 장중 1475.4원까지 치솟아
전날 환율 장중 1475.4원까지 치솟아
1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주가와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2원 오른 1471.9원에 개장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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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1470원대로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장중 10원 넘게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0.2원 오른 1471.9원에 개장한 후 상승 폭을 키워 1474.9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자 10원 넘게 급락하며 14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해외 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475.4원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기록한 1480원선을 위협했다.
최근 환율 흐름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달러 자체 변동성이 크지 않은데도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 달 전과 비슷한 99선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420원대에서 1480원선 근처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1일∼11월 11일 원화 가치는 4.1% 하락해 비교 대상 주요 통화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이례적인 원화 약세 배경으로 급격한 해외 자금 유출이 지목된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의 해외 증권 투자가 빠르게 늘어난 데 비해, 실물 투자나 외국인 자금 유입 등 달러 공급 요인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998억5000만달러였는데, 경상수지 흑자는 827억7000만달러였다. 달러 유입보다 유출이 더 커 환율 상승 압력이 심화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도 296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한은도 최근 보고서에서 순대외자산 증가가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뺀 순대외자산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은 55%에 달한다.
엔화 약세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변수다. 확장 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원화가 엔화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때 환율 상단을 148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가능성이나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이 커지며 단기간 급등세는 다소 제약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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