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한강 소설 처음 출간…인문학 포럼 참석차 방한
"노벨상은 정치적인 상…한국은 예전부터 받을 작가 꽤 있었다"
장 클로드 드 크레센조 '글마당' 대표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제 생각에 양적인 면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문학성이 뛰어난 한국의 작가들과 작품들이 더 많이 탄생하느냐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문학 전도사 장 클로드 드 크레센조(73) '글마당'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주목받는 한국 문학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드 크레센조 대표는 이달 4일 안동에서 열린 세계인문학포럼에서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이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아내인 김혜경 액스-마르세유대 교수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의 강연 내용을 "이미 한국은 세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어 "양적으로 한국의 문학 작품이 해외에서 많이 팔리는가 하는 면을 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결국 문학성"이라고 덧붙였다.
드 크레센조 대표는 "최근 프랑스에 출판되는 한국 문학 대부분은 '힐링 소설'에 편중돼 있다"며 "이런 류의 작품들은 과거 한국의 작품들과 달리 한국적인 특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드 크레센조 대표의 저서 '경이로운 한국인' |
드 크레센조 대표는 2011년 프랑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드 크레센조'를 설립하고, 이 출판사를 통해 2014년 한강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를 프랑스에 번역 출간했다. 프랑스에 소개된 한강의 첫 소설이었다.
이처럼 한국문학을 앞장서서 알려온 드 크레센조 교수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차분한 태도로 바라봤다. 오히려 노벨문학상을 절대적인 가치로 오해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앞으로 제2, 제3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묻는 기자의 말에 "제가 아는 노벨상은 굉장히 정치적인 상"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한림원은 후보자들을 문학 장르와 특징에 따라서 분류해 후보군에 올린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작가, 예를 들어 보르헤스, 카프카, 쿤데라, 필립 로스, 톨스토이 등도 그 상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노벨문학상은 대개 10여년 간격으로 한 나라에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런 주기가 유지된다면 한국에도 약 10년 뒤에 또 수상 작가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에는 예전부터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가 꽤 있었다"며 "다음 한국이 상을 받을 차례가 돌아온다면 그들 중 한 명이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독자들 만난 장 클로드 드 크레센조 대표 |
한-프랑스 번역가인 드 크레센조 대표는 액스-마르세유대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던 2009년 프랑스어로 쓰인 한국문학 문예지 '글마당'을 만들었다.
'글마당'은 한국문학을 다루는 잡지인데, 몇 년 만에 한계에 부딪혔다. 아직 프랑스어로 한국 문학이 많이 번역되지 않던 때라 '글마당'이 소개할 작품이 고갈돼 버렸던 것.
이에 드 크레센조 대표는 아예 '드 크레센조'를 설립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번역 출간에 나섰다. 이후 14년 동안 이 출판사가 프랑스어로 번역한 한국문학은 80여종에 달한다.
이외에도 드 크레센조 대표는 김 교수와 함께 2023년 이승우 작가의 소설 '캉탕'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한국의 문화와 특성을 다룬 책 '경이로운 한국인'도 펴냈다.
드 크레센조 대표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철학과 가치관, 힘든 역사 속에서도 결국 쟁취하는 한국인의 억척스러움에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1950∼1960년대에는 프랑스 역시 공동체를 중요시했으나 더는 그러지 않는다"며 "그 시절 제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느꼈던 감정,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기분을 서울에 오면 느끼게 된다"고 털어놨다.
한국문학번역상 받은 드 크레센조-김혜경 부부 |
드 크레센조 대표의 곁에는 공동 연구자이자 공동 번역가, 인생의 반려자인 김혜경 교수가 있다. 이날 인터뷰 역시 김 교수의 통역을 거쳐 이뤄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액스-마르세유대 교수로 국제협상 마스터 과정 학과장이었던 드 크레센조 대표가 한국 지역 전공을 개설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강사로 초빙된 사람이 김 교수였다.
김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3년째 되던 해에 제 은사께서 프랑스행을 제안해주셔서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만난 드 크레센조 대표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드 크레센조 대표는 김 교수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제게 이렇게 큰 선물을 해준 한국에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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