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머니무브→銀 채권발행 통한 자금수요↑
올 하반기 은행채 순발행액 전년比 9% 증가
한은 통화정책 피벗 가능성에 채권금리 더 올라
금융채↑→예금금리 인상→은행 조달비용 상승→대출금리↑
대출 영업경쟁도 어려워 당분간 금리인상 지속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입구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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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증시 활황에 채권금리마저 들썩이면서 1년 만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다.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며 은행이 예금 대신 은행채 발행을 통한 조달을 늘리는 와중에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전환(피벗) 가능성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예금상품 금리가 올라가고,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커지면서 대출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상품 금리는 최근 두 달 사이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상품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29일 연 2.46%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5%)보다 낮았지만 지난 10월 31일 2.6%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매주 금리가 상승해 14일 기준 2.782%로 올랐다. 기준금리가 그대로임에도 은행 예금금리가 두 달 반 사이 0.32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금리가 2.86%로 가장 높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 우리WON플러스예금이 각 2.8%,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금리가 2.7%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연 2.7%의 이율을 적용한다.
은행들이 예금금리 올린 건 국내, 미국 증시 활황으로 소비자의 고유동성 자금이 자본시장 투자금으로 몰리고 있는 것과 연관돼 있다. 은행들은 통상 예금과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증시 활황에 투자심리가 살아나 은행 요구불예금이 증권사 예탁금으로 이동하면서 은행은 예금이 아닌 은행채 발행을 통한 조달을 늘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은 21조 43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9조 6231억원)에 비해 1조 8086억원(9.22%) 늘었다. 그만큼 은행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 것이다. 채권 공급량이 많아져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수익률)는 높아지고 있다.
은행은 채권금리에 영업비용 등을 더해 예금금리를 산정한다. 채권금리가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14일 기준 은행채(AAA) 단기물(3월) 금리는 2.726%로 2주 전인 10월 31일(2.606%)에 비해 0.12%포인트 뛰었다. 지난 8월 29일(2.482%)에 비해서는 0.24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예금상품 금리 상승은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전환 가능성도 채권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만큼 공식 입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금리인하의 폭과 시점, 혹은 정책방향의 변경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며 피벗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피벗을 언급한 지난 12일 국고채 3년물, 10년물 금리는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각보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많아지면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당분간 이러한 전망이 유지되면 채권 금리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은행 간 자금이탈 방지 경쟁까지 일어나면서 예금금리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예금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5대 시중은행의 5년 주기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달 14일 3.73~6.03%로 올라 상단이 6%를 넘어섰다. 지난 11월 말 이후 약 1년 만에 6%대 주담대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농협은행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3.73~6.03%로 지난 10일(3.62~5.92%)에 비해 0.11%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금융채 6개월물을 준거로 하는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하단이 3.66%에서 3.82%로 0.16%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 은행채(금융채) 금리 등을 준거로 한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은 신규 코픽스,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들이 많고 신용대출은 금융채 금리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코픽스는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과 금융채 등 8개 수신상품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만큼 예금금리와 금융채가 오르는 현 상황에서 코픽스가 오르고, 이에 따라 대출금리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의 준거가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 9월 2.52%로 1년 만에 상승했다. 일주일 단위로 공시되는 단기 코픽스가 지난 5일 2.56%에서 지난 12일 2.66%로 0.1%포인트 올라 신규취급액 코픽스 또한 2개월 연속 상승이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현재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영업환경도 아니다”라며 “당분간 시장금리, 예금상품 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대출금리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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