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보험사 셀프심사 공적기구로 대체”…개정안 원점 재검토
금융당국, 향후치료비·장기치료 개선 작업도 연내 결론 불투명
삼성·KB 등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익 급락…합산비율 잇따라 100% 상회
손보업계 “개선 지연되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가입자 부담 커질 것”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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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경상환자의 과잉·장기 치료가 자동차보험금 누수의 핵심 요인이라는 진단 아래 보험금 구조 개편을 올해 공동 추진해 왔다. 올 2월 발표한 개선안에는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진료 시 공적 심사를 도입하는 방안과 함께, 법·약관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지급돼 온 향후치료비(합의금) 지급기준 마련이 포함됐다. 감사원 조사에서 2019~2022년 향후치료비를 지급받은 144만명 중 84%가 추가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제도개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해당 제도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사실상 ‘현금 합의금’으로 기능해 왔다며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개정안이 “보험사에 피해자 치료권을 넘긴 악법”이라는 여야 의원들의 비판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상환자가 8주 초과 진료를 원할 경우 사고 후 7주 이내 치료 경과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구조가 환자의 치료권·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8주 기준과 보험사 결정 구조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국토부는 “보험사의 ‘셀프심사’를 공적기구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연내 공론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시행 예정 시점인 2026년 1월을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부가 사실상 개정안 전반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당국의 향후치료비 제도 개선 역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상환자 보험금 구조 개선이라는 동일한 흐름 속에서 국토부 개정안과 함께 추진돼 온 사안”이라며 “연내 마무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지연으로 보험금 누수 문제를 올해 안에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 기대도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보험금 누수에 대한 부담은 이미 손해율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3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거나 크게 악화했다. 삼성화재는 3분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648억원의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기준으로도 341억원 손실을 냈다.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100%를 넘어서는 등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다. KB손해보험도 누적 기준 442억원의 적자를 냈고 합산비율도 100%를 웃돌았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경상환자 치료비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며 중상환자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손해율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특히 한방 장기 치료의 비중 확대가 보험금 증가세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화재는 지난 13일 3분기 실적발표(IR)에서 “내년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대형 보험사가 명확하게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향후치료비와 표준약관 개정 등 제도개선 결과가 정해지지 않아 내년 손해율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올해 3분기 손익 악화를 고려하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제도개선이 지연되면 인상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정치권·보험업계 모두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환자 치료기한 8주 기준과 보험사 승인 절차, 공적 심사기구 구성, 향후치료비·위자료 정상화 등 핵심 쟁점마다 의료계·시민단체·보험업계의 이해가 충돌하며 조율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국토부가 공론화 절차를 예고한 만큼 논의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금 누수가 커지면 결국 모든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정부가 치료권과 보험료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안 윤곽이 잡히지 않을 경우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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