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를 두 달가량 앞둔 지난 9월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병장 A씨(21) 소속 부대 간부 6명이 최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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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병력 관리 소홀”
제대를 두 달가량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임실 모 부대 소속 병장 A씨(21) 사건을 수사해 온 육군수사단이 “부대·병력 관리 소홀 등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며 부대장(대령급) 등 지휘관 6명과 병사 1명을 최근 해당 사령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지난해 입대한 A씨가 지난 9월 18일 오전 5시쯤 부대에서 27㎞ 떨어진 진안군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17일 육군·경찰 등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육군수사단으로부터 A씨 사건 관련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부대 내 가혹 행위와 A씨 사망 간 인과 관계를 조사 중이다. 올해 12월 전역 예정이던 A씨는 숨지기 전 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그러나 부대 측은 A씨 신원을 파악한 경찰이 알리기 전까지 탈영 사실도 몰랐다.
이에 육군수사단은 부대 출입자 감시와 병사 생활 관리에 구멍이 뚫린 점 등을 문제 삼아 A씨 부대 간부 6명과 병사 1명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간부는 사건 초기 A씨 유족에게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라거나 “군 생활 중 다툰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대전 육군대학 소강당에서 열린 대대장 역량 강화를 위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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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혹행위-사망 간 인과관계 조사
경찰은 현재까지 징계 대상 간부 6명과 별도로 A씨 유족이 직권남용·협박 등 혐의로 고소한 부사관 B씨만 입건했다. 고소장엔 B씨가 사건 전날 A씨를 크게 혼내면서 “다음 날 징계하겠다”고 압박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육군수사단은 “B씨에게 A씨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9월 29일 전북경찰청에 통보했다”고 했다. 경찰은 B씨 외에 A씨를 괴롭힌 의혹이 있는 선임병 4명(전역자 2명 포함)의 입건 여부도 검토 중이다. A씨는 자대 배치 이후 이등병 때부터 지난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혹 행위를 당했고, 부대 측은 가해 병사 3명을 전출시키거나 부대 내에서 격리했다.
A씨는 사망 당일 새벽 부모에게 “군대에서 적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죽음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채팅방엔 “간부가 괴롭힌다” “병사들이 ‘휴대폰 충전기 셔틀’을 시킨다” 등 가혹 행위 단서가 나왔다. 육군수사단은 “부대원 전체가 A씨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등 이른바 ‘기수 열외’ 의혹을 뒷받침하는 전·현직 병사 진술을 확보했다. 기수 열외는 군대에서 특정 병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기수(군번)에서 제외해 부대원 모두가 그 병사를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악습을 말한다.
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2021년 12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가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는 1심에서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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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사회적 타살…지휘관 법적 책임 물어야”
A씨 유족은 “군대에서 생긴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라며 “집단 따돌림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거나 이를 방조한 지휘관과 병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A씨 죽음은 안타깝지만, 지휘관들이 A씨가 가혹 행위를 당하는 걸 알면서도 고의로 방치했거나 이를 부추겼다고 볼 만한 근거나 진술이 나오지 않는 한 법리적으로 직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2021년 5월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이후 같은 해 8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시행된 2022년 7월부터 군인·군무원 사망 사건과 군(軍) 내 성범죄 사건, 군인·군무원이 되기 전에 저지른 범죄는 민간 경찰이 맡고 있다. 이들 범죄 행위의 재판권도 민간 법원으로 이관됐다.
임실=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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