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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유전자변형 감자 빗장 풀리나…美농산물 수입도 빨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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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美농산물 검역 전담 ‘US 데스크’ 신설

    美, 병해충 위험평가 등 비관세장벽 완화 압박

    통관시간 단축-LMO 감자 수입 속도낼 수도

    정부 “검역절차 생략 없다…국민 건강 우선”

    동아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14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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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무역합의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검역 절차를 전담할 ‘US 데스크’가 신설된다. 한미가 14일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US 데스크가 비관세장벽 완화 압력으로 작용해 감자, 사과 등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까지 걸리는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가 확정됨에 따라 US 데스크 운영 방식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US 데스크는 미국산 과일, 채소 등 원예작물 검역에 대해 미국의 요청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이번 관세협상을 계기로 새롭게 설치된다. 미국 측이 협상 과정에서 검역절차 개선을 요구하면서 양국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내 설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산 농산물 15개 품목이 한국으로 수출되기 위한 검역 절차를 밟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수출국 요청 접수 △위험분석 절차 착수 통보 △예비 위험평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방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입안예고 △고시 및 발효 등 8단계의 수입 위험 분석(IRA)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병해충 위험을 평가하는 3, 4단계가 핵심이다.

    US 데스크 설치로 현재 진행 중인 검역 절차에 속도를 내달라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농업 분야 민간 연구소 GS&J인스티튜트 서진교 원장은 “US 데스크 설치 이후에도 기존과 차이가 없다면 미국 측에서는 추가적인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압력이 지속되면 각 단계에 걸리는 시간도 점차 단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검역 절차가 가장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것은 미 11개 주(州) 감자(6단계)와 넥타린(천도복숭아·5단계)이다.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양국이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품목들이다. 추후 사과(2단계), 서양배(3단계) 등 상대적으로 진행 단계가 낮은 품목들에 대한 절차 진행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는 US 데스크 설치가 검역 절차 생략이나 속도 단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US 데스크는 접촉선을 명문화해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개념”이라며 “US 데스크와 수입 위험 분석은 별개”라고 했다.

    팩트시트에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농산물 등 생명공학 제품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은 LMO 농산물을 수입하기 전 용도에 따라 담당 부처에서 위해성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관계기관과의 협의 심사를 거친다. 미국 바이오 업계는 이같은 절차가 중복 검토인 데다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심사 기준과 자료제출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위해성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LMO 감자 수입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계속 심사가 진행 중이며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 건강과 먹거리 안전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팩트시트에 명시된 농산물 관련 조항들이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검역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미국산 사과가 수입된다면 국내 사과 농가뿐만 아니라 과수산업 전반이 영향을 입을 것”이라며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검역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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