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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만나서 MDL 기준선 논의하자"…정부, 7년 만에 남북 군사회담 전격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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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담화
    MLD 수시로 넘어선 북한군에
    우리 군은 '경고사격' 지속 대응
    전문가 "北 응할 가능성 낮아"


    한국일보

    지난해 10월 16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날 북한은 경의선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MDL(군사분계선)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하고 이후 중장비를 이용해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파주=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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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가 북한에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최근 북한군 일부 인원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하며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일이 빈발하자 기준선 표식 재설치 등을 만나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 완전히 연락을 끊은 북한이 회담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17일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해 MDL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회담 일정,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최근 DMZ 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것을 해소하고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과거 판문점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 등 3개의 연락채널을 유지해 왔지만, 북한이 2023년 4월 7일 이후 모든 채널을 끊어 2년 넘게 소통 단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 군사회담은 2018년 10월 열린 제10차 남북장성급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최근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을 넘어설 때마다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경고 방송, 경고 사격을 통해 북한군이 MDL 이북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부터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무리 지어 이동하며 MDL 인근에서 국경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작업 중 경계선을 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엔 강원도 일대 중부전선에서 새벽시간 귀순한 북한군에 대한 ‘추격조’로 보이는 무장 북한군 2명이 MDL을 넘어 남측 감시초소(GP) 앞 200m까지 접근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봄엔 고라니 생포에 몰두한 북한군이 MDL을 넘어선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배경엔 군사분계선 표지판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후 같은 해 8월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500m 이내 간격으로 표지판 1,200여 개가 설치됐지만, 1973년 유엔사령부 측의 표지판 보수 작업 중 북한군이 총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해 이후로는 보수작업이 중단됐다. 보수작업 중단 이후 50여 년간 1,000여 개의 표지판이 유실돼 현재는 200여 개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북 간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며 "이에 우리 군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진전이 없는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군사당국 회담을 제의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 장소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 공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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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의 군사회담 제의에 응할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한미안보협의회(SCM) 결과 등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하고,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 추진, 한미동맹 현대화 등 북한이 예민해하는 메시지들이 대거 나온 상황이라 북한이 '남북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더욱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국방성에서 움직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남북이 다른 나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외무성에서 거절 의사 또는 부정적 반응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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