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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선거와 투표

    [단독] 정청래 "전당원 투표 실시"... 반나절 만에 "전당원 여론조사" 번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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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리당원 권한 강화 위한 당헌·당규 개정
    참여대상 논란에 반나절 만에 "여론조사"
    정 대표 연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한국일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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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당 지도부 선거와 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 권리당원의 표심을 강화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정청래 대표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바꾸기 위한 전당원 투표 실시를 밝혔지만, 투표 자격을 가진 당원의 자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나절 만에 전당원 여론조사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가 당원 주권주의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서두르다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월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약 164만7,000만 명을 대상으로 전당원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19일과 20일 이틀간 1인 1표 시대,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 당원도 1표여야 한다"며 "이것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전날부터 "전당원 투표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이 게재됐다.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전당원투표를 위한 공지사항을 안내했다.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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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에 부칠 당헌·당규 개정안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에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동등하게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권리당원 1명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를 대의원 1명 투표의 '20분의 1 미만'으로 규정한 현행 규정을 삭제해 권리당원 표심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광역단체장 등 모든 지방선거 후보 예비경선을 실시하고 권리당원 투표 100%로 본경선 진출자를 가려내는 규정을 신설하고, 지방선거 광역·기초자치단체 비례대표 의원 후보 순위도 권리당원 100% 투표로 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전당원 투표 참여 대상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원 투표는 권리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이른다. 민주당의 공지에 따르면, 참여 대상은 지난 10월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164만7,000여 명이다. 10월 한 달만 당비를 납부해도 투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제까지 당무와 관련한 권리당원의 투표 자격을 '6개월 이상 당비 납부'로 정한 것에서 대폭 완화된 것이다. 당규에도 "권리행사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 중 권리행사 시행일 전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공직 및 당직 선거를 위한 선거인 자격 및 추천을 위한 권리를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고위전략회의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오전부터 당원들의 항의가 지도부에 쏟아져서 여러 사람이 배경을 질의했다"며 "(지도부 측은) 전당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투표 자격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애초에 당원들이 여론조사로 이해하도록 공지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그동안 당원 투표 기준은 거의 대부분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이라며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당한 당원에게 정 대표가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연임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정 대표 측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전당원 투표가 아니라 전당원 여론조사"라고 해명했다. 정 대표 측은 "당헌·당규에 명시된 전당원 투표가 아니라 지도부가 의견을 참고할 수 있는 여론조사"라며 "여론조사에서 어떤 의견이 나오든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당과 대표가 공지까지 해놓고 전당원 투표를 여론조사라고 말을 바꾼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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