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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지휘관 판단 시간 20분에서 30초로... 인공지능 참모는 '소버린AI'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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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변곡점 기다리는 AX
    LIG넥스원 '지능형 통합지휘통제체계' 시연
    지휘관 결심 빨라질수록 선제공격 가능해져
    위성·레이다·드론·무전 정보 AI가 통합 분석
    "우리 군이 국방AI 기술 통제권 확보해야"

    편집자주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생성형 AI는 익숙했던 일상과 산업 현장을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바꿔 가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놀라운 변화들을 공유하고, 차세대 AI 기술이 보여줄 미래 모습을 전망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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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경기 성남시 LIG넥스원 2판교하우스 RD센터 내 지능형 통합지휘통제체계실에서 백승호 팀장이 모니터에 표시된 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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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별 객체가 적의 기갑부대로 확인됐습니다. 적은 총 3개 경로로 추가 병력을 이동 중입니다."

    "각 부대의 예상 경로와 이에 따른 위협도는?"

    "2번 경로로는 30대의 천마 전차를 포함한 1개 대대 규모의 기갑 부대가 남하 중입니다. 1, 3번 경로로 이동하는 소규모 전차부대는 통신량이 적어 기만전술로 판단됩니다. 2번 경로의 기갑부대 격멸이 최우선입니다."

    "현재 가용한 우리 측 화력은?"

    "인근 육군 부대가 보유한 대전차 드론과 공격 헬기를 즉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LIG넥스원이 경기 성남시 2판교하우스 R&D(연구개발)센터 내 '지능형 통합지휘통제체계실'을 처음 한국일보에 공개했다. 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휘관이 인공지능(AI) 참모인 'K-자비스'(프로젝트 명칭)와 전장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상의하는 가상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소통은 챗GPT처럼 대화형으로 이뤄졌다. 지휘관은 K-자비스의 조언을 받아, 위협도 순으로 표적을 설정한 뒤 방어가 불리한 시점을 노려 드론·헬기·유도탄 등 가용한 최적의 화력으로 적을 격멸하도록 명령했다.

    AI 전환(AX)이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곳으로 전장을 빼놓을 수 없다. AI는 따로 놀던 정찰 정보들을 통합해 분석하고, 미리 학습한 아군 전력·작전에 기반해 최적의 대응책을 신속하게 제시한다. 사실상 초기 대응이 향방을 가르는 현대전에서, 'AI 참모'는 지휘관의 결심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고담 플랫폼과 GIS 아르타, 실전 능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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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G넥스원의 '지능형 통합지휘통제체계'에서 AI 참모인 'K-자비스'와 가상의 지휘관이 생성형AI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작전을 수립하고 있는 화면. LIG넥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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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런 기술들이 실전에 활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백승호 LIG넥스원 팀장은 "AI로 위성, 레이다, 드론, 무전 등 다양한 층위의 정보를 융합하는 기술부터 개발 중"이라며 "머지않아 지휘통제실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 체계를 2, 3년 뒤 실제 군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AI의 전장 인식과 지휘 결심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힘을 발휘했다. 미국 기업 팔란티어가 국방AI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것도 그 덕분이다. 팔란티어의 '고담 플랫폼'은 드론, 위성, 통신 감청은 물론 민간인 제보까지 통합해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지휘통제 프로그램 'GIS 아르타' 역시 포병이 효율적으로 전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백 팀장은 "20분 이상 걸리던 지휘관의 결심 주기가 30초 이내로 줄었다"며 "이는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선제 타격을 가능케 해준다"고 말했다.

    지휘통합체계 AI만큼은 우리 기술로


    전쟁의 승패를 가를 군사 분야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마켓 리서치 퓨처가 1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군사시장은 2023년 99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에서 2035년 350억 달러(약 5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팔란티어, 안두릴, 쉴드AI 등 신생 AI 업체들은 물론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BAE 시스템스, 에어버스 등 미국과 유럽의 유명 방산기업들도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AI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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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의 로고와 로봇 손.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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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방산기업들은 무인체계 탑재용 AI 개발을 위해선 해외 기업들과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지만, 지휘통합체계만큼은 자체 개발로 '소버린(주권)AI'를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여 개 국내 대학·기관과 국방 소버린AI 생태계 구축을 이끌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우리 군의 고유한 작전 개념과 무기체계 운용의 자율성, 군사 데이터 보호 등을 고려하면 국방AI 기술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국방 소버린AI 구축을 위해 산학연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 데이터의 보안성 때문에 제한이 많았으나, 내년부터 용산, 양재, 판교, 대전, 부산 5곳에 국방AX 거점을 운영해 민간 기업과 협업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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