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NDC 쇼크]
전기료 폭등·배출권 부담 ‘이중고’
“배출권 위해 수천억원 지출해야”
"중장기적 친환경 고부가 제품 늘려야"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및 석유화학 업체들은 정부가 2035년 NDC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하자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다시 세우기 위해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산업계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 2억910만톤(t)을 줄여야 한다. 서울시 전체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4500만t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서울시 4개가 1년간 내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3~61%로 대폭 상향하는 동시에 발전 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기로 했다. 사진은 태안화력발전소 전경.(사진=태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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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산업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 할당하는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율을 늘릴 방침이다. 문제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현재 10%에서 2030년 50%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배출권 유상할당이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가 경매 등의 방법을 통해 판매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에 따라 발전업계가 2030년 부담해야 하는 탄소 비용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자연스레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발전사들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쓰면서 전기를 만든다.
철강업계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할 여력도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중국발(發) 저가 물량 공세 탓에 적자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인데, 탄소배출량을 확 줄이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료와 탄소배출권 가격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수천억원대의 추가 자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화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미 대형 사업자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어 정부 주도로 자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은 많이 들고 경제성은 떨어지는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석화업계는 위기 돌파를 위해 이미 정부에 수차례 전기료 인하를 요구했는데, 오히려 전기료 폭탄 날벼락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NDC를 상향한 것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의 새 기준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배출권을 구매를 위해 현금 유보를 늘리거나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적이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미 2018년에 정한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려운 마당에 또 공수표를 날렸다”며 “목표는 크게 잡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이미 국내 기업들은 저렴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해외로 기지를 옮기고 있다”며 “이번 NDC 상향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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