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주식 시세조종 수사가 한창이던 2023년 11월 검찰은 난데없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A씨, 투자전략부문장 B씨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A씨와 B씨가 공모해 부실한 드라마제작사를 고가에 인수함으로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가한 배임혐의였다.
SM 주식 시세조종사건을 수사하는 바로 옆 부서가 배임수사의 총대를 맸다. A씨, B씨는 SM 주식 시세조종 수사와 배임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고 특히 B씨는 법원에 의해 모두 기각이 됐지만 6개월도 안되는 시간 동안 SM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1회, 배임혐의로 2회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검찰은 사안에 대해 아는 바 없는 B씨의 배우자도 조사가 필요하다며 소환장을 보냈다. B씨의 배우자를 검찰청으로 공개소환하려는 의도는 새삼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단은 발생했다. 연이은 압수수색, 구속영장청구에 가족까지 거론하는 검찰의 입장에 B씨는 변호인과 상의없이 검찰에 출석한 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SM 주식 시세조종에 관여돼 있다는 취지의 정황진술을 했다. 그 진술은 김 센터장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의 검찰측 증거로 활용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별건수사로 극심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목표점이 김 센터장임을 인식하고 거기에 부합한 진술을 했을 뿐 아니라 조사를 거듭할수록 답변이 구체화돼 신빙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무렵 B씨는 스트레스로 망막분리 실명위기까지 갔었다. 최종적으로 B씨는 자진신고자 감면절차에 따라 SM 주식 시세조종으로는 기소되지 않고 A씨와 함께 배임 등으로만 불구속기소됐지만 지난 9월30일 이 역시 모두 1심 무죄선고됐다.
우리나라는 2024년 1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했다. 서구선진국과 달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범죄에 대해 리니언시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사법협조는 평온한 상태에서 양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별건수사 압박을 통한 협조는 허위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형사소송법이 별건수사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수사팀이 별건이 아니라고 우기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SM 주식 시세조종 사건은 수사당사자들은 물론 검찰조직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검찰은 그것이 공명심에 취한 수사검사들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인지 제도적인 허점에 기인한 것인지 따져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별건수사는 해서는 안되고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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