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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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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신축도 “환율 너무 높아 수입 자재 못쓰겠어”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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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권 재건축 조합, ‘마이너스 옵션’ 검토

    시공사 선정 앞두고 고환율 대응 방침

    헤럴드경제

    서울 용산구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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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외환위기를 웃도는 고환율이 장기화하자 강남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고심에 빠졌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수입해 조달하는 건설 자재 가격이 상승해 건설사와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에선 내부 마감재를 제외하고 공사 비용을 산정하거나 일반분양분에는 국산 자재로 전환을 꾀하는 등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한 방침을 준비하고 나섰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에 소재한 A 재건축 아파트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입찰 지침서에 ‘아파트 마이너스 옵션’을 기재하는 안을 협의 중이다.

    마이너스 옵션이란 아파트 골조와 외부 마감재까지만 분양가에 포함하고, 주방·욕실·가구 등의 내부 마감재 및 인테리어 설치비용은 제외한 채 분양을 진행하는 선택지를 말한다. 공사비 및 분양가 절감을 유도할 수 있고, 또 시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선 강남권에서 이 같은 시공사 입찰 지침서가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대부분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고급화를 위해 모든 마감재에 고가의 수입 자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정비사업의 표본으로 언급되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내부 창틀부터 마루까지 고급 마감재로 구성돼 많은 조합이 시공사에 원베일리와 동일한 내부 마감재를 사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게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부 마감재 등은 향후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으니, 외부 마감재만 사용해 공사비를 산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또 공사비 절약을 위해 조합원분에는 수입 자재를 활용하되, 일반분양분에는 국산 자재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 재건축의 한 조합원은 “시공사와 계약할 때는 당시 환율이 적용되지만, 현재 고환율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어 마이너스 옵션을 적용하자는 게 조합원들의 의견”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안에 인테리어를 전혀 하지 않고 가전도 넣어주지 않는 이 마이너스 옵션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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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외환시장서 원·달러 환율은 열흘째 1450원을 웃도는 등 고환율이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7원 상승한 1463.2원에 거래 중이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5.5원으로 외환위기 당시(1394.97원)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는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해외 수입 자재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국내 건설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건설 공사비가 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되는 공사 물량 증가 시기에는 수입 자잿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8월보다 0.57% 상승한 131.66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조사 이래 월별 기준 최고 수치다. 특히 한국은행이 집계한 건설용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지난 9월 121.8을 기록해 전년 동월(117.1) 대비 4%나 올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공사가 위축된 영향으로 레미콘과 시멘트 등 주요 비금속 자재 가격과 철근, 봉강, 형강 등 주요 철강재 가격이 낮아졌다”면서도 “환율 변화 등 수입 물가가 증가한 영향으로 중간재 건설용(수입)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도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한 대형 시공사 관계자는 “과거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거시이슈가 있던 시절에 이미 수입 자재 등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오른 채로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지만 환율 변동이 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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