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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이 비싸다는 건 편견이에요. 가장 큰 장점은 입원기간을 확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으니 생산성 손실과 돌봄 부담, 의료비 지출이 모두 감소해 이득이지요."
최소한만 절개하는 치료 수요가 커지면서 로봇수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비급여인 만큼 환자들은 여전히 '비싸다'고 생각한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의료원장(사진)은 "로봇수술의 가치는 비용이 아니라 결과에서 확인된다"며 "합병증과 재입원 가능성이 개복수술 대비 몇 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치료 성적만 보면 더 경제적인 셈"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산부인과 로봇수술 분야 권위자다. 2011년 당시 최신형 기기였던 '다빈치 Si' 도입을 주도했고 2015년에는 자궁경부암 단일공(SP) 로봇수술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대동맥 림프절을 SP 로봇수술로 절제하는 세계 최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아시아로봇수술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조 원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축적한 임상데이터(RWD)를 분석해 로봇수술이 실제 환자의 회복 과정에서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내는지 확인한 결과를 공개했다. 7대 암 환자 3000여명을 포함한 수술 3089건이 대상이다. 이에 따르면 로봇수술은 개복수술 대비 주요 지표에서 모두 우수했다. 조 원장은 "평균 입원 일수만 보면 로봇수술은 7.7일, 개복수술은 13.9일로 두 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며 "복강경과 비교해도 재입원율과 합병증 발생률이 현저히 낮았다"고 말했다.
특히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산부인과 RWD 분석에는 환자 9170명을 포함해 수술 9200건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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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원장은 "재입원율은 양성질환에서 로봇수술이 1.31%, 개복수술이 3%였고 악성질환에서는 로봇수술이 0.54%, 개복수술이 3.9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무엇보다 양성질환에서는 로봇수술 후 합병증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로봇수술이 비용 감소 효과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계명대 동산병원에 따르면 지난 6년간 7대 암 환자 등에게 로봇수술을 적용한 결과 약 40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됐다. 산부인과에서도 로봇수술을 선택했을 때 약 32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원장은 "사망률과 수술 부위 감염, 수혈, 수술 후 30일 내 재입원, 합병증 여부 등 모든 항목을 반영해 산출한 수치"라며 "로봇수술이 '고비용'이라는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RWD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양성질환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자궁근종은 현재 가임기 여성 10명 중 6~7명이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며 관련 진료비도 2020년 2796억원에서 2024년 3470억원으로 24% 이상 증가했다. 난소낭종 환자 또한 같은 기간 연평균 4.8%씩 늘었고 2024년 기준 20~40대가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아도 5년 내 약 40%가 재발하며 이 중 30% 정도는 재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됐다. 조 원장은 "이는 환자 개인의 부담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머지않아 산부인과 수술의 50% 이상이 로봇수술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에서는 종양수술의 93% 이상이 SP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꼽에 단 하나의 절개창만 내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고 자궁과 난소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어 젊은 여성 환자들의 선호가 높다. 조 원장은 "로봇수술은 시야를 고배율로 확대해 혈관은 물론 신경 도화선까지 섬세하게 볼 수 있어 해부학적 구조를 훨씬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특히 향후 임신을 고려하는 환자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봇수술이 더 보편화되려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원장은 "현재 로봇수술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느끼는 문턱이 여전히 높다"며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가 로봇수술의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준 만큼 이제는 수가나 지원 방안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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