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대변인, '친한' 김예지 공개 저격 논란
지도부, 엄중 경고 그쳐… 계파 갈등 신호탄 해석
우파 결집 사활… 강성 여론에 친한 축출 가능성
당내서 쇄신 요구도… 엄태영 "재창당 수준 결단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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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막말로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의 사퇴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가운데 내부에선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의 해묵은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한계 인사인 김 의원에 대한 박 대변인의 망언에 대해 장동혁 대표가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서, 친한계는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엄중 경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내는 등 당 안팎의 비판이 거셌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이 간접적으로 사퇴 의사를 전해오자 "잘 버텨보자"는 취지로 독려하며 사실상 사의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박 대변인을 감싼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자기 식구 챙기기'이자 '친한계를 향한 선전포고'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대변인은 친윤계로 분류되고, 친한계에 적대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친한계인 김 의원을 공개 저격한 박 대변인을 경질하지 않은 것 자체가 친한계의 반발을 무시한 일종의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엄중 경고에 그친 이유가 박 대변인이 친윤이고, 친한 저격수여서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왜 여기서 친한, 친윤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계파 문제로 비화하는 것에 사실상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실제 장 대표는 전당대회 때부터 사실상 친한계를 겨냥해 축출을 시사해왔다. 지난 8월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내부총질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하겠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친한계를 향한 압박은 최근 당 윤리위원장 사퇴에서도 확인됐다는 평가다. 최근 여상원 위원장이 이끄는 윤리위는 계파 갈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징계만 내렸는데, 장 대표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 대해 못 마땅해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친윤계 인사들의 전방위 압박을 못 이긴 여 위원장이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당 안팎에선 사실상 여 위원장의 퇴진이 친한계 축출 작업의 시작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장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게시판 사태 조사도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원외 친한계는 반발하고 있다. 여 위원장 사퇴의 발단이 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엉뚱한 행동과 발언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여론의 비난을 받게 만드는 것이 해당 행위라면 정작 그걸 하는 분들이 누구냐"며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장동혁, 정청래 대표 개인의 소유물일 수는 없다"고 장 대표를 직격했다. 김 전 최고위원과 박상수 전 대변인은 박민영 대변인을 에둘러 비판하는 김 의원의 입장문에 '좋아요'를 누르며 측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원내 친한계 인사들은 계파 갈등으로 확전되는 것을 우려해 공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장 대표가 친한계에 적대감을 내비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결국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데다 최근 하락세를 보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당 지도부는 우파 진영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신상필벌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이 좀처럼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내부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도높은 쇄신 요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재선의 엄태영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 107명 전원이 참여하는 단체채팅방에 "구정 전에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결단(을 해야한다).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고 잘라내고 새출발 하지 않으면 주전자 속 개구리마냥 모두 만세탕 된다"며 "(지선 전) 빌드업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며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일부 초선의원과 재선의원들도 엄 의원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동의 의사를 표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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