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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7개 단지 정비계획 확정…여의도 집값 ‘쑥쑥’ [전문가 현장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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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통기획 타고 재건축 속도전


    서울 여의도 대교는 1975년 준공돼 올해로 준공 50년 차를 맞이하는 그야말로 노후 아파트다.

    이 단지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 중 가장 먼저 사업시행계획인가(이하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인가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단지는 재건축 사업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한다.

    대교아파트가 부동산 업계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례 없이 빠른 사업 속도다. 조합설립 후 불과 1년 8개월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얻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재건축 단지는 조합설립 후 사업시행인가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된다. 대교아파트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자문사업’ 1호 사업지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덕분에 평균 인허가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자 매매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전용 151㎡는 올해 9월 49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올해 4월(35억5000만원)과 비교해 13억5000만원 상승했다. 10월에도 저층 단지가 47억3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연초 대비 오름세가 가파르다.

    최근에는 새로운 소식도 들렸다.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11월 15일 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이곳 1차 입찰과 2차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예정 공사비는 약 7721억원(3.3㎡당 1120만원). 용적률 469.99%를 적용해 기존 576가구를 지상 49층, 912가구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여의도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교아파트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빨라 향후 여의도 재건축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얻고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는 조합을 설립한 지 불과 1년 8개월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내면서 빠른 사업 속도로 주목받았다. 이 단지는 최근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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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곽 드러나는 여의도 재건축

    16개 단지 중 7개 정비계획 확정

    여의도 주요 단지가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여의도 16개 재건축 단지 중 7개가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이 중 2개 단지는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했다. 다만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여의도가 규제지역에 편입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강화됐다는 점은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의도는 서울에서도 재건축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한강을 끼고 있는 자연환경과 함께 업무지구가 밀집해 있고 도심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준공 40~50년 된 노후 아파트가 많다는 점 역시 재건축 사업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는 명분으로 꼽힌다.

    여의도에 있는 22개 아파트 단지 중 16곳은 모두 준공 4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1971년 준공한 시범아파트를 필두로 재건축 대상 단지들은 대부분 노후화가 심하다. 16개 단지를 모두 합치면 현재 약 7600가구.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모든 단지 재건축이 마무리될 경우 1만1000가구로 늘어날 계획이다. 다만 16개 단지 중 사업 속도는 단지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큰 틀에서 보면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대교와 한양아파트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정비계획 확정 후 통합심의를 통과했거나 준비 중인 시범, 공작, 진주 역시 빠른 축에 속한다. 정비계획을 확정 지은 수정·목화아파트가 뒤를 잇고 있다.

    공작아파트의 경우 정비계획 확정을 짓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준비 중이다. 삼부·삼익·은하·광장아파트는 신통기획 자문을 구하는 단계다. 이외에도 장미·화랑·미성·서울아파트는 추진위 설립 또는 안전진단이나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교와 함께 올해 10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한양아파트 행보가 눈에 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10월 31일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대해 “사업시행계획인가 처리 후 홈페이지 고시·구보 게재 예정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은 11월 6일이다. 한양 역시 신통기획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밟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정비계획 결정 후 1년 7개월 만인 지난 10월 31일 인가가 완료됐다.

    1975년 준공한 한양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지난해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으며 단지명은 ‘디에이치여의도퍼스트’로 정해졌다.

    재건축을 통해 한양아파트는 지하 5층~지상 57층 초고층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규모는 588가구에서 992가구(오피스텔 210실 포함)로 늘어난다. 한양아파트는 대교와 함께 여의도에서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로 분류된다. 정비계획을 마무리 짓고 통합심의를 통과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단지는 3곳이다. 시범, 공작, 진주아파트 등이다. 통합심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중요한 절차로 교통·경관·환경·공공기여를 동시에 조정하는 과정이다. 용적률 상향과 한강변 스카이라인 조정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범아파트는 최근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11월 13일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심의가 통과됐다고 밝혔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단지 규모가 가장 크고(2493가구) 북쪽으로 한강을 마주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고 2029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재초환 폐지 거론은 호재지만

    10·15 대책은 향후 큰 변수 될 듯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올해 정비계획을 확정한 단지는 수정·목화아파트다. 수정아파트는 올해 5월, 목화아파트는 비교적 최근인 11월 3일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목화아파트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2개동, 312가구는 최고 49층, 428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목화아파트까지 가세하면서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정비계획이 확정된 곳은 7개로 늘어났다.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나머지 단지 중 삼익과 은하아파트 또한 주목받는다. 두 단지는 최고 200m 높이로 재건축한다는 방침 아래 11월 10일까지 재건축 정비구역·계획 결정안 주민 공람을 받았다. 시범아파트와 함께 붙어 있는 두 단지는 40평대(전용 121~123㎡)로만 구성됐으며 상가가 없는 단지라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신통기획을 등에 업고 여의도 재건축이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먼저 정치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검토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조합 입장에서 희소식이다. 재초환이란 조합원 1인당 8000만원 이상 차익이 생기면 최대 50%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분담금 부담을 느끼는 조합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초환이 폐지된다면 조합원 부담이 한결 가벼워져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각종 변수가 많아졌다는 점은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책으로 여의도를 포함해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됐고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또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5년간 재당첨 금지, 대출 제한 규제를 받는다. 규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강제 현금 청산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합원 각자 이익에 따라 조합설립 동의율이 낮아지거나 설립 자체가 무산되면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

    여의도 재건축은 정비계획과 통합심의, 사업시행인가 절차가 과거보다 빨라져 이르면 내년 착공하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 10·15 대책 발표 후 각종 제재가 많아지면서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사업 진행에 변수가 될 것이다.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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