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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젠슨 황이 강조한 '피지컬 AI'는? 딥시크 충격 넘어 로봇 시대 연 중국 [챗GPT 3년, 세상을 바꾸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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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물리적 기기 결합해 임무 수행
    로봇 편의점, 군사용 로봇 등 개발 활발
    '국가 주도 성장 전략'으로 미국 추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동시 발전

    편집자주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생성형 AI는 익숙했던 일상과 산업 현장을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바꿔가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놀라운 변화들을 공유하고, 차세대 AI 기술이 보여줄 미래 모습을 전망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한국일보

    12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덴구의 로봇 편의점에서 로봇기업 갤봇의 G1이 무인편의점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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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전 세계 최초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는 로봇 편의점입니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덴구 소재 '갤럭시 스페이스 캡슐' 편의점. 태블릿PC에서 음료를 고르고 QR코드로 결제하니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분주하게 움직여 제품을 가져다 준다. 9.9위안(약 2,000원)의 커피를 주문하니 로봇은 즉석에서 따뜻한 커피를 만들어 플라스틱 뚜껑을 덮어 손님에게 건넨다. 이 편의점의 직원은 중국의 로봇 기업 갤봇이 개발한 G1. 지난 8월 열린 '로봇 올림픽'의 의약품 분류 경기에서 우승한 적도 있는 모델이다.

    로봇이 주문한 물건을 알아서 찾아 사람처럼 서빙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한번에 이해해 학습·처리하는 멀티모달 AI를 적용한 결과다. 로봇은 AI와 결합해 공간 데이터를 읽고 운동 궤적을 제어하는 등 여러 데이터의 경계를 허물면서 전보다 더욱 인간같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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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국영 방산 기업 '중국병기장비그룹'이 개발한 군사용 사족 보행 늑대 로봇. 주변 지형을 스캔하고 인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역에서 정찰과 표적 타격 임무를 맡는다. 중국중앙방송(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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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 AI 넘어 '피지컬 AI' 올인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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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인공지능 딥시크는 고작 80억 원에 불과한 적은 비용으로 서구권에서 개발된 대규모 언어모델과 경쟁할 만한 생성형 AI 모델을 출시해 올해 초 전 세계에 쇼크를 줬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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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전 세계 기술업계와 금융시장에 던진 충격은 오픈AI를 필두로 한 미국산 AI 업계에 던진 도전장이자 기술 패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고작 80억 원 수준에 불과한 적은 개발 비용으로 서구권에서 개발된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생성형 AI 모델 V3를 출시하면서다.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은 현재, 생성형 AI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기존의 제조업 강점과 생성형 AI를 접목해 미래 AI 시대를 열게 될 '피지컬 AI'에 올인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이나 차량 등 물리적 기기에 탑재돼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1월 "이제는 피지컬 AI 시대"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미 중국은 AI가 가상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에 진출한 '피지컬 AI'의 시대에 진입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상륙훈련에 AI를 연계한 군사용 4족 보행 로봇인 '늑대 로봇'을 투입해 돌파로 확보, 엄폐물 제공, 장애물 제거 등의 임무를 맡겼다. 가전업체 로보락은 AI로 공간을 학습하고, 로봇팔로 물건을 정리하는 로봇청소기로 이미 세계 시장을 제패했다. 이달 초 전국체전 성화 주자로 로봇이 투입되는가 하면, 지난달 쓰촨성 청두에서는 '노인 돌봄 로봇 전시회'도 개막해 사람을 보조해 간호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올해 내내 중국 곳곳에서 열렸던 실험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스포츠 경기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 강국 + 국가 주도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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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m 경주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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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오픈AI 등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AI 산업을 선도한다면, 중국은 '국가 주도 성장 전략'을 동원해 빠르게 선두 주자를 쫓아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사람의 두뇌처럼 빠르게 사고·추론·연산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은 물론이고, '제조업 강국' 역량을 동원해 뉴로모픽 반도체(인간의 신경계를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나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하드웨어' 측면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더 강점이 있는 미국의 경우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뛰어넘는 인공일반지능(AGI)이나 초인공지능(AS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중국은 추상적 논의보다는 실제 눈에 보이는 피지컬 AI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사회주의 국가이자 계획경제 체제인 중국이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할 때 발표하는 '정부 문건'에서도 명확히 감지된다. 지난달 발표된 향후 5년(2026~2031)간 중국 경제 청사진인 '제15차 5개년 계획의 제정에 관한 건의' 전문에는 AI가 총 8번 언급되며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 3월 개최된 양회에서는 일종의 국정과제인 정부공작보고에서 '구신지능(피지컬 AI의 중국식 표현)'을 중점 육성 분야로 명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AI를 결합한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니 학계가 선봉에 섰다. 중국은 규모가 큰 연구의 경우 매년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와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발표하는 중점연구과제를 통해 연구 역량을 집중시킨다. AGI·ASI 같은 고도로 첨단화한 기술의 경우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연구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가 목표를 제시하고 각 세부 분야의 연구를 할당해 과학자들이 각각의 과제를 해결하게 하는 식이다.

    중국의 산업 생태계도 정부 목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감각-운동-인지'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AI의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중국은 각 분야 선도 기업이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상용화를 가속화하며 분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가령 딥시크·문샷AI(키미)·즈푸 AI·알리바바(큐원)·바이트댄스(더우바오) 등 업체들이 LLM 등 AI의 '두뇌'를 개발하는가 하면, 유니트리·유비테크·즈위안로봇 등 로봇 업체는 AI를 로보틱스 기술과 결합해 '몸체'를 구현한다. 텐센트는 옆자리 동료처럼 알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웨이나 캠브리콘 같은 반도체 기업이 최첨단 AI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며, 미래 AI 패권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백은혜 칭화대 집적회로학원 연구조교수는 "챗GPT 등장 이후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 분야는 LLM 위주로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고, 중국 내 기업들과 협력 연구도 많이 발생하는 등 관심이 집중된 것을 체감한다"면서 "AI 학계의 경우 중국의 논문 수가 양적으로도 월등하게 많은 데다, 질적으로도 미국에서 나오는 논문 수준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ASI 등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최종형 AI의 도래에 관해서는 "실제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인간과 비슷하거나 혹은 뛰어넘는 수준의 AI를 만들어내기 위해 10~20년 정도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중국은 체제의 특수성을 살려 당장 사업성이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키를 쥐고 연구를 끌고 나가는 데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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