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모든 악행이 집결한 곳, 바로 교도소입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서 검색도 되지 않는 이곳에 김도영 교도관은 9년째 매일 출근합니다.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고 피해자 탓을 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고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 이들의 비뚤어진 마음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진짜 교도소 이야기. 더중앙플러스 ‘나는 교도관입니다’ 시즌2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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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내용은 필자의 실제 경험을 기록했으나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유지를 위해 일부 각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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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묻고 싶었다.
“그날, 왜 그랬어요?”라고.
살인자를 만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던지고 싶은 질문.
그리고 누구도 쉽게 답을 얻지 못하는 질문.
“왜 죽였냐고요…?”
사형수를 의미하는 새빨간 명찰.
그가 내 앞에 마주 앉았다.
나와 그 사이의 거리는 정확히 1m.
교도소 상담실의 철제 책상 하나만이
우리 사이에 놓여 있었다.
남자의 손목을 잡고 수갑을 풀었다.
순간 남자의 손에 솟은 체모,
피부의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이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니.
수갑이 풀린 남자는 손목을 천천히 문지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울지 않았거든요.”
“울지 않았다고요?”
“아니오. 나중엔 울었어요. 많이.”
무표정하던 남자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자기가 죽을 줄 모르고 웃다가 울었어요.”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게 보였다.
“재미있지 않아요? 몇 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웃었다는 게.”
남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고
그는 피해자를 어떻게 살해했는지
더욱 자세히 묘사하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얘기하세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심리상담의 기본 원칙이
공감과 경청이라지만,
과연 사람을 살해한 이야기를
공감하고 경청하는 것이 가능할까.
“듣기 싫으세요? 그럼 왜 물어봤어요?”
갑자기 남자의 표정이 붉어지더니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한동안 우리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고
그가 책상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때였다.
탁!
그가 철제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지만
남자는 이미 철제 책상을 딛고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람을 끔찍하게 죽인 그 손이었다.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상담실 문이 벌컥 열렸다.
“407번! 물러나세요!”
CCTV로 상황을 보고 있던
팀장과 선배가 뛰어 들어왔다.
팀장과 선배가 그의 양팔을 잡고
늘어졌으나 남자는 더욱 완강히 저항했다.
“407번! 더 큰 처벌 받고 싶어요? 징벌방 가고 싶어요?”
407번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웃었다.
“크크크…. 재밌네. 더 큰 처벌이라고? 평생 교도소에 있는 거보다?”
그의 말을 받아칠 재간이 없었다.
사형수에게는 더 잃을 것이 없다.
추가 처벌도, 형량 가중도 의미가 없다.
407번을 조사실로 인계하고 돌아오는 길,
선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솔직히 난 범죄심리인지 뭔지 이걸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 우리 역할은 저 사람들이 도망가지 않게 그냥 잡아만 두면 되는 거라고.”
2018년 법무부는 교도소에 심리치료과를 신설했다.
심리치료를 통해 재범을 막겠다는 취지다.
나는 3년 전 상담심리학 석사과정을 밟고
수용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선배의 불만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물음표가 맴돌았다.
정말 그냥 잡아만 두면 되는 걸까.
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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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을까.
이번엔 무전기에서
급박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응급차 불러! 빨리! " 전날 다른 교도소에서 이송된
509번 수용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자해였다.
그는 지급된 플라스틱 젓가락을
부러뜨려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나는 즉시 뛰어 들어가
수건으로 그의 손목을 감았다.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죄송해요. 전 나쁜 사람이에요….”
그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지 마세요! 힘 빼지 말고!”
우린 그를 들것에 싣고
전력 질주로 뛰었다.
곧이어 응급차가 도착했고
가까운 지역 병원으로 호송됐다.
“휴…. 괜찮겠지? 저 사람 출소 앞두고 왜 자살 시도를.”
선배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509번은 다음 주면 교도소를 나갈 사람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우리는
상황 보고를 위해 509번의 신분 기록을 펼쳤다.
자살 기도자, 509번(31세) 아동 납치 미수. 피고인은 하교하는 피해자(여, 9세)에게 접근해 길을 물어보는 수법으로 납치를 시도함.
나의 시선은 과거 전과 기록에 꽂혔다. 순간 온몸에 털이 삐쭉 솟았다. 급히 서랍을 열어 며칠 전 나에게 달려들었던 사형수 407번의 케이스 파일을 펼쳤다.
사형수 407번. 피고인은 피해자(여, 10세)를 납치해 5일 동안 감금 후 목을 조르는 방법으로 살해.
(계속)
자살을 시도한 509번과 사형수 407번.
이들의 범죄는 단순히 아동 대상 범죄로 설명되지 않았다. 두 전과자에게는 섬뜩할 만큼 똑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509번은 곧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것. 교도관들을 충격에 빠트린 소름 돋는 연결고리는 무엇이었을까.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871
■ ‘나는 교도관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내 스타일이네” 500원에 샀다, 교도소 유행한 충격 모녀사진
교도소는 주기적으로 수감자들의 방을 검사한다. 347번 방 벽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이와 아이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가족사진이라 해도 교도소 벽에 둘 수는 없다. 사진을 떼려 하자 수감자는 “그 사진은 절대 안 돼”라며 살기 띤 눈으로 달려들었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451번 방을 검사하던 나는 눈을 의심했다. 같은 원피스, 같은 아이, 같은 엄마. “이 사진, 어디서 났어요?” 온몸을 소름 돋게 만든 사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2707
소년 눈물 닦아준 나, 후회했다…그의 죄목은 ‘여동생 잔혹살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943
지갑서 여학생 사진 꺼냈다…50대 수감자 소름돋는 유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9661
교도소인 줄 모르고 면회 왔다…7세 딸 “아빠, 회사 언제 끝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9660
“내 아들 발톱 좀 깎아줘요” 100㎏ 성범죄자 부모의 부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401
교도관에 “나한테 봉사해야지”…임산부 성폭행한 그놈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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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위해 살겠다” 모범수 출소…1년뒤 강간미수로 돌아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6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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