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N·DNS·클라우드로 이어진 초집중 구조
멀티클라우드 분산 없이는 재발 가능성 상존
AI 집중도 (PG) |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전 세계 AI가 동시에 멈춘 날."
18일 저녁 챗GPT와 X(트위터), 중국·유럽의 주요 AI 서비스, 글로벌 쇼핑·게임 플랫폼까지 곳곳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서로 다른 회사, 다른 기술처럼 보였던 서비스들이 사실상 하나의 좁은 인프라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번 장애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CDN(콘텐츠전송망)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 라우팅 오류였다.
CDN은 먼 거리의 서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가까운 지역 이용자에게 신속히 전달하는 인터넷의 핵심 기반이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특성 때문에 CDN이 사실상 'AI 응답 속도와 안정성'을 좌우하는 병목 구간으로 작동한다.
이 CDN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AI 서비스 다수가 연쇄적으로 마비되며 글로벌 장애로 확산했다.
◇ "각기 다른 기업인데 뿌리는 하나"…AI 인프라 집중 리스크 확인
이번 사태가 보여준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 AI·빅테크 서비스가 소수 글로벌 CDN·클라우드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챗GPT, X 등 글로벌 트래픽이 많은 서비스는 속도와 안정성을 위해 클라우드플레어, 아카마이, AWS 클라우드프론트 등 특정 CDN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결국 서로 다른 서비스들이 같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공유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어느 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전선 전체가 끊긴 듯 동시다발적 마비가 나타나는 이유다.
클라우드플레어 로고 |
전문가들은 AI 기반 서비스가 금융·쇼핑·검색·번역 등 일상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온 만큼, 이번과 같은 장애는 단순 불편을 넘어 사회적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AI 인프라의 4대 핵심 경로…효율이 만든 집중 구조
AI 서비스는 다양하지만 이를 떠받치는 기반 인프라는 크게 네 가지로 수렴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CDN은 속도와 안정성의 핵심이다.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는 인터넷의 주소록 역할을 하며 DNS 장애 시 CDN이나 클라우드가 정상이라도 인터넷 자체가 길을 잃어 대규모 마비가 발생한다.
클라우드 백엔드는 AI 학습 및 API 서비스 운영의 핵심 컴퓨팅 자원으로 상위 3대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여 의존도가 매우 높다.
글로벌 백본망은 해저 케이블과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사)들의 초고속 광통신 네트워크로 물리적 인프라의 지역 편중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아마존 |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집중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지만, 장애 발생 시 파급력을 키우는 부작용도 함께 커졌다.
이번 사건은 AI 기반 산업 전반이 '하나의 인프라 문제'에 얼마나 취약한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AI 교사 플랫폼이 동시에 멈출 경우 교육의 연속성이 흔들리고, 금융 분야의 AI 기반 자동 거래 시스템이 장애를 겪으면 금융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장애 한 번의 여파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AI 인프라를 전력·통신과 같은 국가 사회기반시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멀티클라우드 확산 시급"…비용·규제가 발목
이번 사태 이후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으로는 멀티-CDN과 멀티클라우드 구조가 거론된다.
장애 시 서로 다른 인프라로 자동 우회하도록 설계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업들이 이를 쉽게 채택하기는 어렵다.
운영 복잡성, 데이터 동기화, 비용 증가가 큰 장애물로 꼽힌다. 여기에 국가별 데이터 주권 규제가 더해지면서 여러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분산하는 과정 자체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챗GPT |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AI 인프라 안정성 기준 마련, 공공 백업 인프라 구축 등 국가적 차원의 위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와 인터넷은 이미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장애는 단순한 기술 사고가 아니라, AI 시대의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앞으로는 AI 모델의 성능 경쟁만큼이나 인프라 분산 경쟁이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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