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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일대일로 부채위기 터지자…中 대출 미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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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대 중반 이후 개도국 비중 낮아져
    미국 에너지·물류·기술 분야 中 자금 유입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많은 대출 자금을 제공한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해외 대출이 주로 개발도상국 인프라 중심이라는 기존 인식과는 다른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부채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이 더 안정적인 선진국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결과라고 설명한다.

    매일경제

    미국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윌리엄앤드메리대 산하 연구기관 에이드데이터(AidData) 보고서를 인용해, 2000~2023년 중국 국유 금융기관이 미국 기업과 프로젝트에 제공한 금융 지원이 2000억 달러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 기간 중국의 전세계 대출·지원금 규모가 2조2000억 달러에 달하며, 기존 추정치보다 크게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외 대출 구조는 일대일로 추진 이후 크게 변화했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까지 아프리카·남미·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도로·항만·철도 등 대형 인프라 사업 자금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다수 국가에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은 최근 호주·영국·미국 등 선진국으로 대출 비중을 확대했다. 에이드데이터는 중국이 선진국에도 약 1조 달러를 대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매일경제

    일대일로 사업으로 건설된 캄보디아 고속도로.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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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중국 자금이 에너지·물류·기술 분야에 폭넓게 유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파이프라인과 LNG 시설, 데이터센터, 공항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테슬라·아마존·디즈니·보잉 등 대형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도 제공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분(약 7300억 달러)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에이드데이터 관계자는 “중국 국유은행들은 수익성을 고려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목표를 함께 수행하는 특성을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행(BOC), 중국농업은행 등 주요 국유은행은 해외에서 핵심 공급망·전략 산업·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배분해 왔다.

    중국은 해외 인수합병(M&A)에도 335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으며 상당 부분은 중국 기업의 로봇·바이오·양자기술 등 민감 산업 인수에 사용됐다.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 인수 사례는 서방의 안보 우려를 불러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넥스페리아 운영을 직접 통제하며 중국계 지분에 대한 제한을 강화했다.

    미국에서도 중국 자금이 참여한 반도체·에너지 거래가 있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오리건주 레티스 반도체 인수 시도가 국가안보 문제로 차단된 이후 규제가 강화됐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권한이 확대되면서 중국의 미국 내 전략 산업 투자는 대부분 제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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