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토)

    정부, 론스타에 완승…4000억 배상금 ‘0원’으로 소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환은행 매각지연 논란 13년만 승소
    ‘ISDS 중재 절차 위반’ 물고 늘어져
    론스타 “실망…새로운 소송 제기 검토”


    매경이코노미

    론스타.(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배상해야 했던 2억1650만달러와 이자 및 소송 비용을 모두 내지 않아도 된다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결정이 나왔다. 13년간 이어졌던 소송이 일단락되며 론스타가 청구한 6조원대 손해배상액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고 정부 재정 부담은 ‘0원’이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7시경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오늘 오후 3시 22분쯤(미국 동부시간 오전 1시 22분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세계은행 산하 기구로, 회원국 간 투자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다.

    김 총리는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0일 중재 판정에서 인정했던 배상금 원금 2억1650만달러(당시 기준 2890억여원) 및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며 “이로써 원 판정에서 인정된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원 규모 정부의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됐다”고 했다. 또 취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합계 약 73억원을 론스타가 30일 안에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도 내렸다고 한다.

    법조계는 이 사건 승소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경우라고 평가했다. 지난 1966년 ICSID 출범 이후 올해 6월까지 취소 신청된 사건 503건 가운데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된 사건은 25건(5%)에 불과했다.

    원래 결정을 뒤집고 예상 밖의 완전 승소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론스타 측 절차 위반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한다. 정부는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 중재 판정문’을 이번 취소 소송 과정에서 중재판정부가 주요 증거로 채택하고 한국 정부의 변론권, 반대 신문권 등을 박탈해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와의 ISDS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 참여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계기”라며 “올해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취소 절차 구술심리에서도 취소위원들이 관련 질문을 많이 해서 (승소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악연은 22년 전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영난에 빠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은행법에선 산업자본의 국내 은행 인수를 금지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시행령의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06년 감사원이 외환은행이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부적절하게 매각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가 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도 불거졌다. 이 혐의는 2011년 3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철수하려 했지만 정부는 ‘헐값 매각’ 의혹 관련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재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에야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할 수 있고, 2조5000억여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늑장 매각 승인으로 46억795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ICSID에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약 6조8000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이었지만 10년간 심리 끝에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론스타 주장 일부를 인정해 청구 금액의 4.6%인 2억1650만달러(400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정부 승인이 늦어 생긴 손해의 절반을 배상하면 된다고 봤다.

    그러나 법무부는 한국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정에 “수용하기 어렵다”며 판정 취소를 신청했고, 론스타도 배상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취소를 신청했다. 이후 26개월 만에 ICSID는 판정을 뒤집고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배상금 0원 판정이 내려지자 “실망스럽다”며 “사건을 새 재판부에 제기할 계획이며, 새로운 재판부도 한국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손해액 전액을 배상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