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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AI 경쟁력은 ‘질문’이 아니라 ‘환경’에 있다…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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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 지난 2년 동안 어떤 LLM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집중해 왔다. GPT가 나은가, 클로드가 나은가, 아니면 제미나이 또는 오픈소스 대안이 적합한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모델 간 품질과 기능 등에서 격차가 줄어들고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지로 넘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은 ‘올바른 모델 선택’이 아니라, 고유 데이터와 문서, 워크플로우, 도메인 지식 등 AI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적절한 컨텍스트’를 구축하는 데 있다.


    지금 업계는 새로운 분야인 ‘컨텍스트 엔지니어링(context engineering)’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 시스템이 운영되는 정보 환경을 설계하고 통합하며 조율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더 나은 질문을 만드는 기술이었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뛰어넘는 도약

    초기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인간의 의도와 기계 지능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는 지시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역량을 일깨워 준 접근법이었다. 하지만 프롬프트만으로는 정보가 얕게 제공된다. 마치 지도 없이 길만 물어보는 것과 같다.


    AI가 사고하고 계획하며 실행하는 ‘에이전틱 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단순한 표현 기술을 넘어서는 요소가 필요해졌다. AI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 제약이 존재하는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컨텍스트다.


    컨텍스트는 지능적 행동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문서와 구조화된 데이터, 이전 상호작용의 기록, 워크플로우와 정책은 물론, 오디오나 비디오 같은 비정형 데이터까지 모두 해당한다. 흩어져 있는 관련 컨텍스트를 모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AI에 제공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AI가 상황에 맞고 일관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요약하면, 우리는 프롬프트 중심의 세계에서 컨텍스트 중심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AI에게 지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춰 주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의 다양성과 규모가 만드는 도전

    컨텍스트 계층을 구축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수십 년 동안 기업은 ERP, CRM, 분석 플랫폼 등에서 나오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다. 컨텍스트가 생성되는 출처가 대화 기록, 지원 티켓, 센서 데이터, 영상, 계약서, PDF 등 사실상 모든 곳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데이터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데이터 엔지니어링 방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는 정적인 테이블 형태의 데이터보다 실시간으로 흐르는 동적 정보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기업은 필요한 컨텍스트를 실시간으로 수집·가공·전달할 수 있는 컴포저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규모에 맞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규모의 문제는 단순히 컴퓨팅 파워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핵심은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수십 개의 데이터 제품을 서로 연결해 분산 시스템 전반에서 실행하고, 이를 다시 AI 모델에 전달하려면 무엇보다 신뢰성과 관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과거 엔지니어는 실패한 파이프라인을 재가동하거나 시스템 간 데이터 계보를 추적하는 데 며칠씩 소비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수준의 수작업은 더 이상 확장될 수 없다.


    다음 세대 데이터 인프라는 이런 오케스트레이션 문제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간 의존 관계를 이해하고,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AI에 투입되는 컨텍스트가 언제나 완전하고 일관되며 규정을 준수하는지 보장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데이터 엔지니어링에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으로

    여러 측면에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데이터 엔지니어링의 자연스러운 진화라 할 수 있다. 데이터 엔지니어가 정보를 수집·정제·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는 의미(시맨틱), 계보, 규칙이 살아 있는 ‘동적 데이터 환경’을 설계한다.


    이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가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준비한다. 즉, 데이터 사용 방식에 대한 메타데이터가 포함되고, 보안이 보장되며, 문서화가 갖춰진 데이터 제품 형태로 데이터를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금융기관이 언더라이팅 모델에 과거 청구 데이터를 투입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민감 정보를 마스킹하고, 데이터 계보를 유지하며,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이 온프레미스 환자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과 연계할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 보호를 지키면서도 AI가 필요한 컨텍스트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이런 과제야말로 전형적인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문제다.


    필자 역시 이 변화 과정을 직접 경험해 왔으며, 결국 목표는 데이터의 형식이나 출처와 무관하게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비엔지니어도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데이터 제품을 만들고 공유하며, 개인정보(PII)를 마스킹하고, 데이터 계보를 문서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이 바로 실천적 관점에서 바라본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모습이다. 기술적 진입 장벽은 낮추면서도 데이터 생태계의 품질과 신뢰도는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복잡한 환경에서 AI가 작동하도록 가르치는 과정

    컨텍스트는 인간 직원에게 그러하듯 AI에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제조기업의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새로운 직원을 교육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시스템, 정책, 예외 사례의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AI도 이와 유사한 학습 곡선을 겪는다.


    같은 맥락에서 AI 에이전트가 효과적으로 추론하려면 인간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과 동일한 조직적 컨텍스트(과거의 결정 기록, 정책, 예외 사례)가 필요하다. 컨텍스트가 풍부할수록 AI의 성능도 그만큼 향상된다.


    AI에 장부 관리 같은 핵심 시스템의 통제권을 넘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보고서를 요약하거나 이상 신호를 표시하고, 커뮤니케이션 초안을 작성하거나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하는 등 인간 업무를 연결하는 ‘결정 사이의 조직적 맥락’을 AI가 처리하도록 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모든 작업은 인간이 판단할 때 참고하는 것과 동일한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핵심은 전면 자동화가 아니다. 컨텍스트 기반의 확장이다. 즉, AI가 실제 환경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신뢰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방법론의 전환

    이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와 분석 환경에서는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데이터를 모을지, 결과를 어떻게 시각화할지를 사람이 결정했다. 그 과정은 선형적이고 규정적이었다.


    그러나 AI가 주도하는 환경에서는 이 구조가 완전히 뒤집힌다. 대규모 컨텍스트 데이터를 지능형 시스템에 투입하면, 시스템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스스로 추론할 수 있다. 모든 규칙을 사람이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경계만 설정해 주고 컨텍스트를 제공하면 AI가 그 범위 안에서 추론하도록 만든다.


    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데이터 엔지니어링, 거버넌스, 머신러닝 운영, 도메인 전문성이 하나의 연속적인 시스템으로 결합되는 구조다. 이런 기반 위에서 비로소 에이전틱 AI,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AI가 가능해진다.


    지능형 시스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성공의 핵심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접근성’이다. 데이터 과학자나 머신러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AI와 생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기반 시스템이 복잡성을 처리해 주면, 애널리스트·프로덕트 매니저·마케터 같은 도메인 전문가는 복잡한 파이프라인에 얽매이지 않고 을 인사이트를 적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현대적인 컴포저블 툴을 사용하면 전문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용자가 지능형 시스템 뒤에서 작동하는 컨텍스트를 직접 구성하고 개선할 수 있다. 사용자는 데이터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규칙을 조정하며, 의사결정을 이끄는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기업이 AI를 책임 있게 확장하는 길은 참여 대상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데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똑똑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있다. 기업이 지식·데이터·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살아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컨텍스트를 설계할 수 있다면, 향후 기업 혁신의 흐름을 이끌어 갈 주체가 될 것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Saket Saurabh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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