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디(HD)현대가 최근 인도한 필리핀 초계함 2번함 ‘디에고 실랑함.’ 에이치디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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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디(HD)현대가 1974년 첫 선박 인도 이래 모두 5000척의 선박을 인도하는 기록을 세웠다.

에이치디현대는 19일 울산 에이치디현대중공업에서 필리핀 초계함 2번함인 ‘디에고 실랑함’ 인도를 계기로 ‘선박 5000척 인도 기념 행사’를 열었다. 에이치디현대는 1974년 그리스 선주사에 인도한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를 시작으로 ‘디에고 실랑함’까지 68개국 700여개 선주사에 선박을 인도했다.

에이치디현대는 선박 5000척 인도를 두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된 조선 역사를 가진 유럽과 일본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라고 밝혔다. 업체별로는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이 2631척, 에이치디현대미포가 1570척, 에이치디현대삼호가 799척을 인도했다. 에이치디현대는 5000천 선박의 길이를 각각 250m로 가정하면 총 1250㎞로 서울~도쿄(1150㎞)보다 길고, 에베레스트산(8848m)의 140배 높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972년에 설립된 현대중공업이 첫 선박을 인도하기까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차관 제공을 꺼리는 영국 바클레이은행 쪽을 500원짜리 지폐 거북선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는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는 말로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 명예회장은 그리스 선주사에는 허허벌판인 울산 미포만 사진과 지도를 보여주고 첫 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정기선 에이치디현대 회장은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함께 만든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음 5000척, 또 다른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에이치디현대의 이번 기록과 관련해 미국과의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등을 통해 우리 조선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며 “중소 조선사들과 기자재사들도 함께 커나갈 수 있는 ‘K-조선 생태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