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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단독] 코스피 믿었던 개미들, 눈물의 반대매매…5개월간 4300억원 강제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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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1월 반대매매 개미 7만여 명

    ‘빚투’ 개미들에 피해액 집중

    윤한홍 “정부, 무책임한 빚투 조장 안 돼”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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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들어 코스피 40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증시 훈풍’이 불었지만, 이 기간 동안 수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 가격이 떨어져 4300억원 이상의 반대매매(대출금 상환을 위해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 매각하는 것)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4000피(4000+코스피)’ 혜택은 일부 종목에만 집중되고, 코스피 종목 40% 이상은 주가가 하락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11월(11월은 1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신용공여 반대매매 누적금액은 약 4334억원에 달했다. 반대매매가 이뤄진 계좌는 7만6624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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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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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공여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주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증권사 등이 이를 헐값에 강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코스피가 2600선에서 4000선으로 오르는 와중에도, 매월 1만명 넘는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수백억 원대 ‘주식 강제 매각’을 당했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 훈풍이 일부 반도체주 등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스피가 4000선 안팎에서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이번 달에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12일 신용공여 반대매매 금액은 약 523억원으로, 6~10월 월간 평균치(762억원)에 벌써 근접한 상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반대매매 총액은 1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 지난 18일 코스피는 7거래일 만에 4000선 밑으로 하락해 3953.62에 마감했다.

    반대매매 피해는 ‘빚투(빚내서 투자) 개미’들에게 몰려 있었다. 신용공여 반대매매 중에서도, 주식을 새로 사기 위해 대출받았다가 주가 하락에 강제 매각당하는 경우(신용융자 반대매매)를 따로 집계해보니 6~11월 누적으로 3859억원에 달했다. 전체 반대매매의 90% 가까이가 ‘빚투 반대매매’였던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초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투를 두고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의 책임 있는 인사가 빚투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권 부위원장은 “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상승장에서 추락’ 코스피 종목이 41%

    이와 관련, 지난 5개월여 동안 코스피는 전체적으로 상승장을 이어갔지만, 같은 기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전체의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한홍 의원실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11월(11월은 12일까지) 코스피 상장 816종목(우선주 등 제외) 가운데, 상승 종목은 478개(58.6%)였다. 하락 종목은 338개(41.4%)로 집계됐다. 상당수 개미들은 전반적인 상승장에도 ‘내 종목만 떨어지는’ 상황을 겪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하락 폭이 10% 이상인 종목도 143개(17.5%)에 달했다. 가장 하락 폭이 컸던 종목은 아센디오(-53.4%)였다. 이어 한세엠케이(-53.2%), 오리엔트바이오(-49.2%), 인스코비(-48.6%) 등 순이었다. 반면 상승률이 가장 큰 종목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452.9%)이었고, 이어 효성중공업(258.6%), 대덕전자(249.1%), 이수페타시스(211.5%) 등 순이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코스피 훈풍’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수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로 눈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라며 “특히 4000선을 횡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강제 매각의 위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코스피의 인위적인 진작을 위해 ‘빚투’를 조장하는 듯한 무책임한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기업의 실적에 기초해 거품 없는 건강한 증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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