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피습 경찰 해마다 400명대…긴급심리지원은 11%에 그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살인·변사 경찰 출동 건수 연 5만7000건…심리지원은 719건

    상담사 전국 36명뿐…1인당 연평균 1000건 이상 상담 '포화상태'

    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매년 5만 건이 넘는 살인·변사 사건 현장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경찰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급히 보호받아야 할 '피습 경찰관'에 대한 긴급심리지원율은 11%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2026년도 예산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경찰의 살인·변사 현장 출동은 연평균 5만7675건에 달한다. 이 현장에는 평균 6명(지역경찰·형사·감식요원)이 동시에 투입되므로 매년 약 34만건의 경찰 투입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기간 긴급심리지원은 연평균 719명에게만 제공되는 데 그쳤다.

    범인에게 직접 피습당한 경찰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2024년 연평균 392명이 범인에 의해 다쳤지만, 긴급심리지원은 연평균 43명(지원률 11%)에게만 제공됐다. 피습 경찰관 10명 중 9명이 트라우마 직후 필요한 심리 지원을 받지 못한 셈이다.

    올해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등 대형 인명사고 영향으로 9월까지 긴급심리지원 인원이 1889명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현장 노출 경찰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심리지원은 2015년 개발된 제도로, 범인 피습이나 살인·변사 현장 목격 등 충격사건 노출 시 상담사가 해당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심리검사 및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안 발생 초기에 적극 대응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찰청은 경찰관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는 긴급심리지원과 지정상담이 있지만,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이용률을 보면, 지난해 경찰관이 직접 센터를 방문하는 '자발적 상담'이 2만9928회(7693명)로 가장 높았다. 반면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는 '지정상담'은 1만7045회(1만4558명), '긴급심리지원'은 940회(828명)에 그쳤다.

    상담 접근성에는 연령·직급별 편차도 있었다. 50대 이상 경찰관(경감·경위급 등)의 지정상담 실시율은 31.2%로, 40대(55.0%)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직급이 높을수록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회는 "상담 수요 증가를 넘어 전국 경찰관의 마음건강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려면 전문가가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는 긴급심리지원·지정삼담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긴급심리지원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 상담 인력과 센터 인프라 부족을 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경찰 마음동행센터는 18개소이며 상담사는 36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센터당 평균 2명꼴로 배치돼 있으며 상담사 1인당 연평균 담당 건수는 1000건을 넘는다.

    경찰청은 내년 마음동행센터 1개소 추가 운영 등을 통해 인프라 확충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당초 경찰은 6개소 증설을 요청했으나 정부안에는 1개소만 반영됐다. 내년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 운영 예산안은 48억7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억8500만원이 증액됐다. 경찰청은 오는 2029년까지 마음동행센터를 2배 이상 증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센터 증설을 통한 상담사 인력 확충을 최우선으로 추진 중"이라"며 "국회 및 정부를 상대로 인력 증원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직문화도 경찰의 상담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상담을 받는 것이 조직 내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거나,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경찰관들이 심리지원을 꺼린다는 것이다.

    유영재 중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리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것이 조직 내에서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있다"며 "진급이나 고과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문화가 동시에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난치성 PTSD가 많아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근무지 이동이 잦은 경찰 특성을 고려하면, 지역별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연결·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센터가 경찰청 내에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