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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마지막 집세입니다, 죄송합니다”…세 모녀는 70만원 남기고 그렇게 떠났다 [오늘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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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서울경제


    ‘송파 세모녀’ 비극이 발생한 지 꼭 12년이 흘렀다. 2014년 2월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주택 지하 1층에서 박 모(당시 60세) 씨와 3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식당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몸을 다친 박 씨는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메모가 적힌 봉투에 현금 70만 원을 넣어두었다. 집주인은 이들의 짐을 빼며 “원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이라며 “남에게 짐을 지우려고도, 도움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좋은 곳으로 가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생활고를 겪었던 송파 일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정부 지원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신청주의’ 한계에 부딪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복지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했다. 더욱이 2014년 당시엔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당사자가 직접 증거 자료를 준비해 담당 공무원에게 요건을 갖췄음을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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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개정 =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는 얼마큼의 변화가 있었을까.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과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시행됐다.

    2015년엔 위기가구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가입을 독려하는 맞춤형 급여 안내 서비스인 복지멤버십이 본격 시행됐다. 복지멤버십은 가입자의 소득·재산·연령 등을 분석해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안내하는 제도다.

    같은 해 복지 사각지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됐다. 실업급여 미수급, 사업 중단, 수도·전기·가스 체납 등 47가지 위기 징후를 가진 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다만 위기가구로 발굴돼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2015∼2022년 8년 동안 52만여 명이 위기가구로 발굴됐으나 기초보장과 긴급복지로 연결된 비율은 각각 2.4%와 1.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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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는 간단하게, 지원은 빠짐없이 = 최근 들어 유의미한 움직임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서울시복지재단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범정부 서비스의뢰’를 본격 가동했다. 이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전자적 연계 플랫폼이다.

    국민이 한 서비스 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면, 생계·주거·고용·의료·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지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관련 기관으로 의뢰한다. 여러 기관을 개별 방문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한 번의 상담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빠짐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복지 행정 업무에도 AI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7월부터 AI 기반의 초기상담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에게 자동전화를 걸어, 위기 여부와 복지 욕구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이 도입된 2024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발굴 대상자 중 복지서비스 지원을 받은 이들의 비율이 4년 전과 비교해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성과를 입증했다.

    복지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AI가 상담자와의 대화 속에서 위기 징후를 실시간 분석해 추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발굴 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정할 방침이다. 현재 복지부는 전화뿐만 아니라 AI 챗봇을 통해 복지 상담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5%다. 7명 중 1명은 가난하다는 얘기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 신청주의’를 두고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말한 이후, 정부는 ‘선제적 복지’로 전환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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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호 AX콘텐츠랩 기자 su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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