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연구원, 정비사업 속도 제고 대안 제시
“조합 방식, 전문성 문제 등으로 대부분 답보”
“재초환 50% 감면·기부채납 완화·분상제 제외 등 필요”
서울 강남권의 대표 노후 단지이자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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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대안으로 ‘공공대행형 정비사업’ 방식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조합 주도의 방식 대비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시공사 선정 및 의사결정 지연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비사업은 ▷조합 방식 ▷신탁 방식 ▷공공시행 방식 등으로 운영된다. 이 중 조합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20일 서울시 정비몽땅 정비사업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300개 정비사업지 중 민간방식(조합·신탁사)을 채택한 곳은 282개소로 전체의 94%에 달했다.
조합 방식은 대표적인 사업 방식이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전문성 부족, 금품수수, 고의적인 장기 미청산 등으로 사업이 지연 또는 표류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20일 조합장 해임총회를 진행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지구나 조합 내 갈등 및 구청과의 불협화음을 겪고 있는 북아현 3구역이 대표적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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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은 서울시 주택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하지만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서울 정비사업지 중 약101개소(33.7%)가 조합설립인가 이후 용역업체 선정, 사업계획서 작성, 인허가 등의 단계에서 멈춰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구역 중에서는 55.3%(166개소)가 사업시행인가 전으로 현재 착공돼도 4년 내 입주할 수 있는 구역은 38곳에 불과하다는 게 주산연의 분석이다.
이 같은 공급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 19일 열린 ‘도시정비 활성화 및 신속 추진을 위한 공공참여 촉진 방안’ 세미나에서는 공공대행형 정비사업 모델을 꼽았다. 조합이 시행의 주체지만 사업관리, 인허가, 자금조달 등의 방식을 공공이 대행하는 모델이다. 기존 민간 조합방식의 한계점을 개선하고 기부채납 완화,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 공공시행방식의 장점을 도입한 ‘하이브리드형 정비사업 방식’으로 민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이 골자다.
주사연에 따르면 공공대행형 정비사업을 조합이 선택할 경우 공사비 증액 협상, 시공사 추천 등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주도하게 된다. 자금 조달도 공공대행자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원해 시공사에 대한 자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공공이 개입하는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50% 감면하고 기부채납 완화와 분상제 제외, 기반시설 국비 지원 등 공공시행 방식의 혜택을 반영하도록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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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공대행형 정비사업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의 비용 개선이 명확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기부채납 개선, 재초환 50% 감면 등이 현실화돼야 수익보전이 가능해지고 주민 동의율의 빠른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다만 비선호 입지에는 원가 상승 등 구조적 제약에 따른 시공리스크가 있어 시공사 수익을 보강할 수 있는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사 등 업계에서는 조합에 최종 결정권이 있다는 점에서 의사결정 지연 리스크는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에 공공이 개입하면 거버넌스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조합이 원하는 사업 방향과 공공의 판단이 어긋날 경우 사업이 꼬일 수 있어 실제 이를 선택하는 조합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공공대행형 방식이 분상제 폐지 등 파격적인 유인책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혜택은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면서 “방식에 따른 인센티브 대신 조합과 공공,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가격과 이익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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