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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 멀어지면 잠기고, 다가오면 켜진다”… 인텔, '와이파이8' 초지능형 미래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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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W] 결정적 지연·센싱·보안 전면 재설계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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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네트워크 품질이 달라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기대한다.”

    카를로스 코데이루(Carlos Cordeiro) 인텔 펠로우 겸 무선기술 CTO는 20일 글로벌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차세대 표준 ‘와이파이 8(Wi-Fi 8)’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한 무선 업그레이드를 넘어, AI 시대에 적합한 네트워크의 모습을 설명했다.

    코데이루 CTO는 먼저 현재의 무선 환경을 “AI를 담기에는 턱없이 빠듯한 그릇”이라고 규정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넘어 스마트워치, AR·VR 헤드셋, 글래스형 디바이스 등 새로운 형태의 단말이 급증하고, 가정 내 IoT 기기 수는 2030년 기준 평균 23~25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선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AI 기반 서비스가 본격 가동되면, 지금 구조로는 지연·전력·간섭·보안 등 모든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AI는 지연 변화에 민감하다”고 강조했다. 딥러닝 모델은 연산 과정 자체가 실시간으로 전송·응답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빠른 속도보다 ‘얼마나 일관적인 지연 성능을 보장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코데이루 CTO가 와이파이 8의 핵심 가치로 ‘결정적(deterministic) 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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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파이 8은 무선망 자체가 지능적으로 움직인다. 액세스포인트(AP)들은 실시간으로 서로의 상태를 감지하며 시간 슬롯을 나눠 쓰고, 채널 간섭을 줄이기 위해 빔포밍 정보를 공유한다. 사용자가 움직이면 AP는 다음 지점의 연결을 선제적으로 준비한 뒤 부드럽게 넘겨주는 식이다.

    코데이루 CTO는 “핸드오버 과정이 사실상 단절되지 않는 ‘메이크 비포 브레이크(make-before-break)’ 구조로 바뀌면서, 이동 중 끊기는 문제는 대폭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8을 통해 일상도 변화한다. 그는 사용자가 노트북에서 멀어지면 기기가 알아서 화면을 잠그고 다시 다가오는 순간 별다른 입력 없이 화면이 자연스럽게 켜지는 모습을 그려 보였다. 화상회의 중 일어나 스마트폰을 들고 이동하면 통화 화면이 부드럽게 스마트폰으로 이어지고 다시 PC로 돌아오면 또다시 이전 상태로 자동 전환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기기가 서로의 거리를 파악하고 어느 방향에서 접근하는지를 감지하는 ‘AI 기반 문맥 인식’ 기능이 와이파이 8의 핵심 역할을 통해 구현된다.

    코데이루 CTO는 이 기능이 단순한 편리함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네트워크가 기기의 위치와 움직임을 읽을 수 있게 되면, 단말 간 제어 체계도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PC 오른쪽에 두었을 때와 왼쪽에 두었을 때 각기 다른 명령을 자동 실행하거나, 방 안 여러 단말의 거리와 방향을 기준으로 스마트홈 제어가 이뤄지는 식이다. 그는 “와이파이가 처음으로 ‘센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와이파이는 데이터 패킷 자체는 암호화되지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과정(association) 중 일부 관리 프레임은 여전히 비암호화 상태로 남아 있다.

    코데이루 CTO는 이를 “AI가 보편화된 시대에는 심각한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와이파이 8에서는 접속 절차 전체가 암호화돼 단말의 MAC 주소나 기타 식별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기기 지문을 분석해 특정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는 방식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WPA3의 강력한 암호화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전체 프로토콜은 ‘프라이버시 중심’으로 재설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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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효율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된다. 코데이루 CTO는 “지금의 단말은 대부분의 시간을 ‘듣기 모드’로 소비하는데, 이는 전력 낭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와이파이 8에서는 단말이 스스로 저전력 상태로 들어간 뒤, 필요할 때만 고성능 모드로 올라오도록 설계됐다. AP가 단말의 활성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필요 시점에만 신호를 보내고, 다중 링크 구조에서는 한 링크가 나머지 링크의 전력 모드를 관리해 전체 소비 전력을 줄인다.

    주파수 활용 방식도 한층 유연해진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채널 폭을 고정적으로 사용했다면, 와이파이 8은 트래픽 상황에 따라 채널 폭을 넓히거나 좁히는 동적 운영이 기본값으로 바뀐다. 성능이 낮은 IoT 기기와 고성능 노트북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을 경우, 각 기기의 특성에 맞춰 서로 다른 서브밴드를 할당해 충돌을 최소화한다. 이는 혼잡 구간에서 실제 체감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와이파이 8이 지원하는 주파수 범위와 채널 폭은 기존과 동일해 최대 320MHz 폭을 유지한다. 다만 코데이루 CTO는 “정상적인 위치에서의 데이터 전송률이 이전 세대보다 더 높아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속도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같은 거리를 기준으로 하면 더 높은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용화 일정도 공개됐다. 인텔은 와이파이 8을 특정 기업이 먼저 도입하는 ‘프리뷰 기능’이 아닌, 공식 인증 타이밍에 맞춰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데이루 CTO는 “와이파이 기술은 ‘호환성’이 생명”이라며 인증 절차가 마련되는 2027년 말이 실질적인 시장 도입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발표를 마치며 “와이파이 8은 단순히 더 빠른 기술이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술은 더 똑똑해지고, 더 안전해지며, 더 안정적이고, 더 인간의 움직임과 문맥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PC와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시대라면, 무선 네트워크 역시 AI의 흐름을 읽고 반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데이루 CTO는 “우리는 이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네트워크’에서 ‘사용자와 환경을 이해하는 네트워크’로 넘어가고 있다”며 “와이파이 8은 그 변화의 첫 번째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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