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하솔레림 거리에 위치한 글로벌 보안기업 체크포인트에서 대형 '글로벌 사이버 테러 위협 지도' 전광판을 한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전광판은 실시간 수치와 내용이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사이버 테러 위협 현황을 전달하고 있다. 전광판 위편에는 13일 오전 현재 503만8380건의 사이버 공격이 감지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사진=이석우 기자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SNC)의 아론 투르카스파 글로벌담당 이사가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와 지원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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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텔아비브(이스라엘)=이석우 기자】 지난 2년 가자전쟁 동안에도 별다른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은 이스라엘. 오히려 벤처들에 대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구애와 사상 최대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지면서 지정학적 불안정과 전쟁을 거뜬히 넘었다.
이스라엘 경제수도 텔아비브 로스차일드거리 인근에 위치한 비영리 공공기관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SNC). 창업 공적 지원기관이다. SNC의 아론 투르카스파 글로벌담당 이사는 지난 13일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2024년 스타트업 투자액은 106억달러로, 전쟁 상황에도 2020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2025년 상반기 투자액도 72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승 국면에 올라탔다.
텔아비브에 몰려 있는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들도 이란의 로켓 및 미사일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구글, 인텔, 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450여개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 철수"를 발표한 회사는 단 3곳뿐이었다. 오히려 엔비디아 같은 곳은 연구소 추가 및 신설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 창업생태계 저력 과시
아론 이사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유를 "현실화될 것 같지 않은 '미친 아이디어'에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으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화제로 삼았다. 320억달러(46조7200억원)라는 알파벳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법무부(DOJ) 반독점 심사를 통과, 2026년 인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텔아비브에서 창업된 지 4년 갓 된 벤처를 천문학적 액수로 인수하는 것은 그만큼 클라우드보안, 사이버보안 강화가 시급했고 위즈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준다.
체크포인트 등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면서 경제를 견인하는 성장동력이 돼 왔다. 오디오코드(통신소프트웨어), 임페르바(웹 방화벽), 라드웨어(클라우드보안), 사이버리즌(통신보안), 아르거스(자동차보안) 등도 이스라엘 현지에서 창업한 '토종 기업들'이다. 세계 10대 사이버보안 기업 가운데 7곳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두고 있는 것도 글로벌 기술혁신의 메카로서 위치를 확인케 한다.
아론 이사는 "우리가 있는 반경 5㎞ 안에 하이테크 벤처가 100개 이상 몰려 있다"면서 "미친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USB와 플래시메모리, 삼켜서 위 내부 등을 촬영하는 캡슐내시경(알약 카메라), 자율주행 운전보조시스템(ADAS)인 모바일아이, 체리 토마토, 내비게이션앱 와즈(Waze) 등이 텔아비브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디어들이었다. 이곳의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글로벌 기업의 손을 통해 세계화되는 패턴을 밟고 있었다.
■세계 5대 스타트업 허브 도약
그는 사이버보안 산업과 함께 최근 단백질 제조를 통한 대체고기 등 푸드테크가 벤처의 새로운 뜨는 분야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푸드테크 투자액이 지난 3년 한 해 평균 35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는데 그해 인구 10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10억달러 투자를 끌어들이는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젖소 없이 세포기반의 단백질로 우유를 만드는 유제품 기업 스트라우스, 가드 등이 사세를 넓히며 기술수출 중이었다. 텔아비브에는 세포배양 스테이크 레스토랑들도 여러 곳 문을 열고 성업 중이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수는 7000여개. 인구 대비 세계 1위이다. 대외 수출에서 하이테크 비중은 절반인 50%. 노동인구 가운데 하이테크 종사 비중도 12%나 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17.3%를 차지하는 성장의 동력이다. 텔아비브는 실리콘밸리·뉴욕·런던·보스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5번째 스타트업 투자허브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지식·기술·재능을 결합해서 판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
벤처가 경제를 견인하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미래를 향한 과감한 계획적인 선행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로 경제환경이 악화되자 이스라엘혁신청(IIA)은 바로 2억달러를 스타트업 보조금으로 풀었다. 그 후 여러 지원 프로그램으로 벤처 생태계의 지속을 도왔다. IIA는 창업자가 매칭펀드를 구하는 조건으로 100만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창업을 북돋는 제도도 운영해 왔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보조금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아론 이사는 "여러 번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등이 이뤄지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패한 창업자는 '망해 먹은 자'가 아니라 '실제로 부딪혀 본 경험자'로 평가되고 투자자와 파트너들에게 선호된다는 설명이다.
■베르세바, 사이버보안 허브로
세계적인 사이버보안 강국의 약진 뒤에도 정부의 원대하고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남부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베르셰바에 군, 대학 등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보안 허브를 건설하고 군, 학계, 민간의 협력을 통해 사이버보안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왔다. 베르셰바 사이버파크는 20만㎡ 규모로 성장했고 오라클, IBM, 도이체텔레콤 등 500여개 국내외 기업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등이 입주해 있다. 국가 차원의 사이버 방어를 총괄하는 국가사이버국(INCD), 세계적인 창업자의 산실로 꼽히는 이스라엘 사이버담당 정보부대인 8200부대 등도 이곳에 있다. "다음 큰 물결은 사이버가 될 것"으로 판단한 정부의 결정이 사이버강국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외무부 청사에서 지난 10일 만난 하가이 샤그리르 외무부 국장은 "앞서 1980~1990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 씨앗을 뿌린 것도 정부였다"면서 "정부가 불모지에서 주요 벤처캐피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공공자금을 실패 가능성이 높은 창업기업에 쓰는 것은 미친 짓"이란 비판 속에서도 정부는 저명 과학기술자들의 의견을 앞세우며 벤처 지원정책을 밀고 나갔다.
june@fnnews.com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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