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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視角]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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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지난 2020년 12월. 때 아닌 '사회주의'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진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거기준법 개정안'이 불씨가 됐다.

    일명 '1가구 1주택법'으로 불린 이 법안은 다주택을 금지하거나 1주택을 강제하는 내용은 아니다. 발의 내용을 보면 선언적 의미의 법안이다. 주택정책 추진 시 1가구 1주택을 기본으로 삼자는 것 등이 골자다.

    하지만 당시 정부·여권의 부동산 규제정책에 신음하던 시장은 발끈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만 총 28차례다. 이런 상황에서 '1가구 1주택법'이 부동산 민심을 더 자극한 것이다. "관료들은 강남 집 사고, 우리만 못 사게 하느냐" "한국이 공산주의로 가는 것이냐"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고위 공직자들의 '내로남불'에 대한 불만과 원성도 극에 달했다. 민심이 심상치 않자 '1주택만 빼고 다 팔라'는 윗선의 지시(?)가 내려졌다. 부랴부랴 다주택 처분 소동이 벌어졌다. 2주택 이상인 사람은 주택 처분을 약속하고 고위 공직에 오를 수 있었다.

    코미디를 방불케 한 소동 속에 강남 주택은 남겨 놓고 지방 주택을 판 공직자도 있었다. 일부 고위 공직자는 소유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채 퇴임했다. '직'보다 '집'을 택한 것이다. 민심은 더 요동쳤다.

    정책 입안자들의 설화(舌禍)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송파구에 자가를 보유한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지난 2018년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역대 최장 국토교통부 장관 기록을 갖고 있는 김현미 전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고양시의 한 행사장에서 집값 인상을 항의하는 주민들을 보고 "동네 물이 나빠졌다"고 해 민심에 불을 질렀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똑같은 상황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집값안정 정책이 경험 못한 수요 억제에 맞춰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토지거래를 규제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어느새 '아파트 거래 허가제'로 변질됐다. 갭투자를 활용한 내집마련은 금지됐고, 임차인이 거주하는 집은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거래 허가제는 문 정부도 반대 여론에 밀려 도입하지 못했던 정책이다. 그런데 어느새 슬그머니 허가를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겹겹 규제로 무주택자도 분양받을 때나 기존 주택을 살 때 규제 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돈 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만 더 어려워지고 팍팍해지고 있다. 2주택 이상 구입은 대출을 막았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고 있지만 전월세 공급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데 이 루트마저 막힌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민심의 표적이 되는 것도 똑같다. 다주택·강남 주택 보유 공직자에 대해 민심이 들끓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층의 부동산을 추적하는 사이트가 등장했을 정도다. 사이트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등 7000명의 자산 내역이 담겨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책사로 불린 이상경 전 국토부 차관은 논란 속에 '직'보다 '집'을 택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뻔하다. 장관 등 고위 공직자는 1주택자가 기본조건이다. 공직사회 전반에 다주택 처분령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들이 강남 집을 보유하고, 갭투자를 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부동산정책 입안자들의 '위선'이다. 국민들이 갭투자하면 '투기'이고, 본인들이 전세 끼고 사면 언제나 '실수요'라는 황당 논리가 그것이다. 부동산정책이 과할수록 이념과 정치가 스며들기 마련이다. 2025년 11월 한국 사회는 끝 모를 부동산 소용돌이에 다시 빨려들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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