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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엔비디아 최고 실적에도 뉴욕 증시 요동… AI 거품, '위기'일까 '신기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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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고 매출' 기록한 엔비디아 실적에도
    거품론 불식 못하며 기술주 중심 투매 줄이어
    시장 곳곳서는 "일시적 조정일 뿐" 낙관론도


    한국일보

    20일 증권시장 마감 이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급락한 모습이 나타나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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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버블(거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 최대의 AI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가라앉았던 'AI 거품론'이 하루 만에 다시 고개를 들며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잇따라 급락한 것이다. AI 빅테크와 전문 투자자, 미국 경제기관 등에서 고평가된 금융자산 가격의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와 AI 거품이 아닌 단기 조정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0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86.18포인트(2.15%) 하락한 2만2,078.05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3.40포인트(1.56%) 하락한 6,538.76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386.51포인트(0.84%) 내린 4만5,752.26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금융시장의 불안은 AI 거품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비롯됐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공개연설에서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게 현재 내가 가진 인상"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도 이날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금융시장에 분명히 버블(거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자신이 내부적으로 마련한 "거품 측정 지표가 1929년 대공황 직전과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지기 직전 100%를 가리켰다면, 현재는 약 80%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AI 거품론' 우려 불식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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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0일 트레이더들이 주식 거래에 나서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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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전날 발표된 엔비디아 보고서에서 매출채권 항목이 크게 늘어난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은 지난달 26일(2026 회계연도 3분기 말) 기준 334억 달러(약 49조 원) 수준으로, 지난 1월 말(231억 달러, 약 34조 원) 대비 45% 급증했다. 매출채권은 상품을 판매했지만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발생하는 채권으로, '못 받은 현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나 칩 등 기반시설(인프라)을 구축하면서 대부분의 비용을 부채를 이용해 충당하고 있는데, AI 기술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며 향후 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장 불안이 확산되며 미국의 AI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인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격)가 이달에만 5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CDS는 채권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부도 위험이 높을수록 가격이 오른다.

    "일시적인 조정일 뿐"… '버블론' 반대 의견도


    다만 주식 시장이 일시적인 조정에 들어갔을 뿐, AI 버블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분석도 여전히 비등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콧 루브너 시타델증권 분석가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낸 서한에서 S&P500지수가 "건강한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브너는 이날 하락이 "며칠 동안 이어지다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당 지수가 연말까지 7,000포인트를 넘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미국의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가 CEO로 재직 중인 투자회사 아크인베스트(ARK)가 이날 자사가 운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엔비디아 주식 9만3,374주를 매입하고 나선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는 "ARK가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8월 4일 이후 처음"이라며 "ARK는 여전히 AI 시장에 대한 강세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전날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AI 버블 여부를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개별 사업의 주가 하락이 전체 AI 산업에 대한 버블 여부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AI 산업 전반적으로는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개별 사업은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어떤 사업이 거품이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연구원도 "AI 버블이 터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AI 수익 전망을 면밀히 살펴보며 시장을 주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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