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화동연우회 '바람의 용사들' 공연서 주연…46년 만에 무대 복귀
박물관 전문가의 도전…참전용사 3명의 '탈출 대장정' 그려내
이영훈 전 관장 공연 프로필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립청주박물관장, 국립부여박물관장, 국립전주박물관장, 국립경주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 그리고 연극배우.
박물관에서 평생 일해온 '박물관 사람'의 이력에 하나가 더해졌다.
신라 천 년의 고도, 경주에서 황남대총·금관총·천마총 등 옛 무덤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를 기획하고 굵직한 고고 발굴 현장에서 활약한 전문가로서는 이례적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주인공은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바람의 용사들' 출연진 |
2016∼2017년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을 맡아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 온 그가 다음 달 연극 무대에 오른다.
경기고 연극반 출신으로 구성된 화동연우회의 32번째 정기 공연을 통해서다.
이 전 관장은 프랑스 극작가 제랄드 시블리라스가 쓴 희극 '포플러에 부는 바람'(Le Vent des Peupliers)을 각색한 '바람의 용사들'에서 참전용사 필립 역을 맡는다.
이 전 관장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화동연우회의 정기 공연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라면서 "야단맞으면서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쑥스러운 듯한 말과는 달리, 이 전 관장은 오래 전부터 연극계에서 이름난 인사다.
경기고와 서울대 재학 시절 꾸준히 연극 활동을 했고, 국내 연극계에 창작극 바람을 불어 넣은 극단 연우무대가 1977년 첫 발걸음을 내디딜 당시 주축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연극하는 친구'라는 뜻의 연우무대는 창단 공연 '아침에는 늘 혼자예요'를 시작으로 '장산곶매', '한씨연대기', '칠수와 만수' 등 다양한 창작 무대를 선보여왔다.
이 전 관장은 연우무대 활동 초기인 1978∼1979년 '아침에는 늘 혼자예요' 등 주요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의 용사들' 출연진 |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건 1979년. 그는 1982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 소속 학예연구사로 근무를 시작하며 박물관과 연구 활동에 전념했다.
이번 무대는 연극인으로서 46년 만의 복귀인 셈이다.
이 전 관장은 "46년 만에 무대에 또 오르게 됐다. 연기도 쉽지 않고, 대사를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면서도 통화 내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자신보다는 화동연우회와 이번 공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전 관장은 1959년 초가을 프랑스의 한 참전용사 요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노인의 '탈출 대장정'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포스터 |
연극은 앙리(최용민 분), 구스타프(이우종), 필립 세 사람이 일상을 벗어나 요양원 탈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흥미롭게, 또 날카롭게 풀어낸다.
원작을 영어로 번역·각색한 작품 '영웅들'(Heroes)은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뒤, 이듬해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 신작 코미디 상을 받은 바 있다.
공연 관계자는 "일상적 대화와 상상 속 '탈출 계획'이 중심"이라며 "그 속에 인생, 가족, 기억, 죽음, 자유 등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동연우회는 1991년 창립한 이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세계적인 명작을 골라 꾸준히 공연했던 만큼, 이번 공연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용사들'은 다음 달 12∼21일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볼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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